국민의힘이 당 대표 1인에게 권한을 몰아주는 ‘원톱’ 방식의 현행 단일 지도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현행 당원투표 100% 반영 규정은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20% 또는 30% 반영하도록 당헌·당규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견제용으로 여겨진 2인 지도체제 도입이 무산되면서, 한 전 위원장의 등판론은 더욱 힘을 받을 전망이다.
여상규 국민의힘 당헌·당규개정특별위원장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마지막 회의를 마치고 “비상대책위원회에 ‘8(당원투표)대 2(여론조사)안’, ‘7대 3안’ 두 가지를 각각 반영한 당헌·당규 개정 초안을 넘기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특위 내에서 △여론조사 20%(3명) △여론조사 30%(3명) △중립(1명) 등 당심과 민심 반영 비율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자 지도부에 최종 결정을 넘긴 것이다.
여 위원장은 두 안을 비대위에 보내는 자체가 책임을 미루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그렇게 볼 수 있지만 특위에서 두 안이 공존했다고 보고, 비대위에서 이를 참조해 최종 결론을 낼 것”이라며 “전국위원회에서 의결해야 당헌당규가 개정되는데 그런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될 것”이라고 답했다.
당 지도체제는 현행 단일 지도체제를 유지한다. 여 위원장은 “새로운 지도부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심도 있는 논의를 해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 다수 의견이었다”며 “그 결과에 따라 지도체제에 대해서는 개정안을 내지 않도록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단일지도체제가 유지됨에 따라 당대표 결선투표도 그대로 실시된다. 당대표가 대선에 출마할 경우 대선 1년 6개월 전에 사퇴해야 한다는 당권·대권 분리 규정도 유지된다. 이에 따라 오는 7월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새 당대표가 2027년 3월3일로 예정된 21대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선, 내년 9월 전에는 대표직에서 사퇴해야 한다. 이번에 새롭게 선출될 당대표는 2026년 6월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할 수 없다.
공을 넘겨받은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심 반영 적정 비율을 놓고 당 중진 의원들의 의견 수렴에 나섰다. 황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 비공개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논의는 했다”며 “내일(13일)에는 결정한다”고 말했다.
다만 20% 또는 30% 중 결정의 가닥이 잡혔느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비공개라 이야기를 못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나온 당헌·당규 개정안 초안은 오는 13일 비대위에 보고될 예정이다. 비대위 최종 결정 후 이것이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통과하면, 개정안은 7월 하순 예정된 전당대회부터 적용된다.
전당대회 핵심인 지도 체제·당원 투표 반영 비율 윤곽이 드러나면서, 당 안팎에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등판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전 위원장의 당대표 도전에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진 집단지도체제나 2인 지도체제 등 도입이 무산되면서다. 민심 반영 비율 역시 한 전 위원장에게 끼칠 영향은 미미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한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 지지층과 일반 국민들 모두에서 다른 당권주자들에 비해 압도적인 지지율을 얻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은 최근 3일 연속 최근 사흘 연속으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겨냥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 정치권에선 사실상 한 전 위원장이 ‘출마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헌·당규 개정 관련 제도 정비가 끝나면 조만간 한 전 위원장의 공식 출마 선언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