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1400억 과징금에…유통 채널 PB 영업 관행도 파장

쿠팡 1400억 과징금에…유통 채널 PB 영업 관행도 파장

1400억원 과징금 폭탄…국내 단일기업 역대 최고액
쿠팡 “로켓배송 추천 금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것”
“정부 개입 지나쳐…기업들 PB 규제로 확산될 수도”

기사승인 2024-06-13 17:09:08
쿠키뉴스 자료사진

쿠팡이 직매입 및 자체 브랜드(PB) 상품 부당 우대 의혹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000억원대 과징금과 검찰 고발 등 제재를 받게 됐다.

쿠팡은 유통업계 통틀어 역대 최고액인 1400억원의 과징금과 형사 고발이라는 사법 리스크까지 떠안게 됐다. 이번 공정위의 과징금 액수는 2022년 1월 운영체제 강요 혐의를 받은 구글이 받은 2249억원 이후 2년 5개월 만의 최고금액이다.

공정위 제재에 쿠팡은 “시대착오적 조치”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즉각 항소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역대급 과징금 처분이 내려지자 PB 상품을 취급하는 유통가도 향후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알고리즘 조작·직원후기’ 쿠팡에 역대급 과징금

공정위는 쿠팡과 PB 상품 관련 자회사 씨피엘비(CPLB)의 위계에 의한 고객유인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1400억원을 부과한다고 3일 밝혔다. 공정위는 쿠팡과 CPLB를 각각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쿠팡과 CPLB가 직매입 및 PB 상품 판매를 늘리기 위해 검색 순위를 조작한 것으로 판단했다. 쿠팡과 CPLB가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하거나 임직원들이 직접 구매 후기를 작성하고 높은 별점을 부여하는 방법으로 반칙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쿠팡의 상품이 다른 쿠팡 입점 업체의 상품보다 우수한 상품이라고 오인하게 됐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은 2019년 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3가지 알고리즘을 이용해 중개 상품을 배제하고 최소 6만4250개의 자기 상품(직매입 상품 5만8658개, PB 상품 5592개)을 검색 순위 상단에 고정 노출했다. 특히 쿠팡이 검색순위 상위에 고정 노출한 상품 중엔 판매가 부진한  상품, 납품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기로 한 상품 등도 포함됐다.

이러한 검색 순위 조작으로 인해 쿠팡의 자기 상품 노출수와 총매출액은 크게 증가했다. 쿠팡 내부자료에 따르면 프로모션 대상 상품의 총매출액은 76.07%, 고객당 노출수는 43.28% 증가했다. 검색순위 100위 내 노출되는 PB 상품 비율은 56.1%에서 88.4%로 늘었다.

또 쿠팡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중개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21만개 입점업체는 쿠팡이 자기 상품을 검색 상단에 지속적으로 고정 노출해 상대적으로 노출도가 줄어들어 판매량 부진으로 이어졌다. 검색 순위는 판매량과 직결되는데, 검색 순위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입점업체들은 가격을 내려도 상위에 노출되지 않아 가격을 내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임직원을 동원해 리뷰를 조작한 정황도 드러났다. 쿠팡은 2019년 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2297명의 임직원을 동원해 PB 상품에 긍정적인 구매 후기를 달게 하고, 높은 별점을 부여하도록 했다. 이들은 최소 7342개의 PB 상품에 7만2614개의 구매 후기를 작성하고 평균 4.8점의 별점을 책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PB 상품의 검색 순위도 올라갔고, 구매 후기를 믿고 구입하는 고객이 늘어났다.

특히 쿠팡은 주요 직책자들로 구성된 쿠팡의 운영위원회인 CLT(Coupang Leadership Team)에서 초기 2년 동안 출시된 PB 상품의 78%에 대해 임직원 바인을 전사적으로 실시하기도 했다. 또 PB상품 출시단계에서 임직원 바인을 상시 운영하면서 직원들에게 구매후기 작성방법과 관련된 매뉴얼을 숙지시키고 구매후기를 1일 이내 작성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쿠팡은 조직적으로 임직원을 이용해 PB 상품 출시와 동시에 구매 후기 작성 및 별점 부여를 관리한 반면, 입점 업체는 임직원을 이용해 후기를 작성할 수 없고 오로지 실제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한 후에만 후기를 작성할 수 있었다”며 “입점 업체와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했다”고 설명했다.

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13일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 기자실에서 쿠팡 및 쿠팡의 자체브랜드(PB)상품을 전담해 납품하는 쿠팡의 100% 자회사인 씨피엘비의 위계에 의한 고객유인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400억원(잠정)을 부과하고 각각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쿠팡 “형평 잃은 조치 유감” 반발…로켓배송 중단되나


쿠팡은 공정위 판결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쿠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가격이 싸고 배송이 편리해 많은 국민들의 합리적 선택을 받은 쿠팡의 로켓배송이 소비자 기망이라는 공정위 결정은 디지털 시대의 스마트한 소비자의 선택권을 무시한 시대착오적이며 혁신에 반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이어 “전세계 유례 없이 ‘상품진열’을 문제삼아 지난해 국내 500대 기업 과징금 총액의 절반을 훌쩍 넘는 과도한 과징금과 형사고발까지 결정한 공정위의 형평 잃은 조치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행정소송을 통해 법원에서 부당함을 적극 소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공정위가 쿠팡의 로켓배송 상품 추천을 금지한다면 더 이상 지금과 같은 로켓배송이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쿠팡은 “로켓배송 상품을 자유롭게 추천하고 판매할 수 없다면 모든 재고를 부담하는 입장에서 더 이상 지금과 같은 로켓배송 서비스를 유지하기 어렵다. 결국 소비자들의 막대한 불편과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만일 상품 추천 행위를 모두 금지한다면 우리나라에서 로켓배송을 포함한 모든 직매입 서비스는 어려워질 것”이라며 “쿠팡이 약속한 전국민 100% 무료 배송을 위한 3조원 물류 투자와 로켓배송 상품 구매를 위한 22조원 투자 역시 중단될 수 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쿠팡발 여파로 온오프라인 유통 업체가 운영하는 PB 영업 관행에도 파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는 이번 규제가 대다수의 유통 채널의 PB 규제로 확산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PB 상품 위축으로 소비자에게까지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는 염려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들의 PB 알고리즘까지 정부가 개입하는 건 잘못됐다"면서 “이번 공정위 결정으로 유통사들의 PB 상품 시장이 위축돼 소비자들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PB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인해 비용 부담 등의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통업계는 오프라인 매장 상품 진열과 관련해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공정위 발표는 검색 순위 조작과 임직원을 동원한 구매후기 작성으로 소비자를 기만하고 중개 거래 상품과의 경쟁을 제한한 행위에 대해 제재를 하겠다는 취지”라면서 “PB 상품 자체나 온라인 플랫폼 알고리즘 운영에 대한 문제 제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공정위의 이번 제재로 쿠팡의 재무적인 부담이 커져 전반적인 투자 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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