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시장은 ‘춘추 전국시대’를 맞았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에 이어 쉬인도 본격적인 한국 진출을 선언했다. 여기에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와 숏폼 틱톡까지 가세하고 나섰다. 글로벌 플랫폼 업체들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잇따라 도전장을 내면서 토종 업체들의 생존 경쟁도 격화되는 모양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유니클로’로 불리는 쉬인이 최근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 진출에 나섰다. 쉬인은 지난 20일 서브 브랜드 ‘데이지’의 첫 글로벌 홍보대사로 배우 김유정을 선정하고 한국 진출을 공식화했다.
쉬인은 2022년 12월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지난해 8월 SNS 마케팅을 시작한 데 이어 올해 4월 한국 공식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쉬인 관계자는 “한국은 패션 스타일, 엔터테인먼트,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면서 “쉬인은 이런 한국 고객들의 패션 및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가성비 높은 고품질 제품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유럽 등 150여개국에 진출해 있는 쉬인은 지난해 순이익 20억 달러(약 2조7000억원)를 거두며 SPA 경쟁 브랜드인 자라와 H&M을 넘어섰다.
쉬인의 국내 상륙에 업계에선 당장 미치는 영향력이 크진 않지만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쉬인의 경우 이제 초입 단계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면서 “국내 패션 플랫폼은 타겟과 연령대에 맞춰 다르게 운영되는 만큼 각 플랫폼별 강점에 맞는 전략을 수립해 C커머스 방어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초저가 같은 가격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의 눈높이도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라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디자인이나 품질 등을 고려해야 한다. 단순히 저가만으로는 소비자 선택을 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쉬인을 비롯해 타 플랫폼들도 속속 시장 영역을 늘려가고 있다. ‘틱톡’은 지난해 12월 한국에서 상표를 출원하고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틱톡샵은 미국 등 8개국에서 서비스 중인 라이브커머스 서비스다. 2021년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말레이시아, 미국, 영국 등으로 서비스 지역을 늘려가고 있다. 틱톡샵은 첫해 10억 달러(약 1조3900억원)의 매출을 낸데 이어 지난해 200억 달러(약 27조790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올해 매출 전망치는 약 500억 달러(약 69조5500억원)다. 한국 진출이 이뤄지면 틱톡 주 소비층인 10~20대를 중심으로 한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도 쇼핑 플랫폼 대열에 합류했다. 유튜브는 최근 한국에서 최초로 쇼핑 전용 스토어 기능을 선보였다. 기존에는 유튜브에 자체 주문·결제 시스템이 없어 링크를 타고 들어가 외부 사이트로 이동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유튜브 전용 스토어로 연결돼 필수 정보만 입력하면 손쉽게 구매와 결제까지 가능하다.
이처럼 글로벌 커머스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한국이 글로벌 진출을 위한 테스트베드로 적합하기 때문이다. 모바일 환경에 익숙하고, 트렌드에 민감한 구매력 있는 소비자를 갖췄다. 한국을 테스트베드로 삼아 향후 동남아시아와 유럽 등 세계로 확장해 나갈 가능성도 높다. 이커머스뿐 아니라 성장세가 가파른 라이브커머스 시장에서도 초기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실제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은 중국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에 따르면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은 2018년 2조9000억 달러에서 2023년 5조8000억 달러로 5년 만에 2배 수준으로 성장했다. 5년 간 이커머스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14.6%)은 전체 소매업 성장률(4.4%)의 3.3배에 달했다.
특히 한국의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을 통한 지난해 구매액은 3조3000억원으로 미국(1조9000억원)을 크게 상회했다. 올해 5월 기준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순위는 쿠팡 1위, 알리익스프레스 2위, 11번가 3위, 테무 4위, G마켓이 5위를 차지했다. 특히 테무는 지난해 7월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 11개월 만에 4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글로벌 플랫폼의 공습에 국내 토종 플랫폼들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플랫폼들의 경쟁 구도도 다각화되는 만큼, 이들을 활용한 성장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은 최근 열린 유통산업주간 컨퍼런스에서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틱톡샵 등 이커머스 플랫폼은 각기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고, 글로벌 전략도 상이하다”며 “이들의 성장이 국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기에 향후 변화를 주시하면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는 국내 토종 플랫폼이 글로벌 커머스에 밀리지 않는 자체적인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동일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틱톡샵은 운영 형태의 독특성 때문에 중국과 달리 한국에서 얼마나 통할지는 불분명하다”면서 “향후 C커머스가 어떤 식으로 시장이 분할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쉬인의 경우 제조·유통 과정을 단축하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시키는 형태다. 국내에선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며 “국내 플랫폼들은 단순 위탁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플랫폼의 창의적인 사업 영역을 보장해주는 방향으로 정부 규제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