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문자 건당 99% 수익…급증 스팸으로 돈버는 통신사

[단독] 문자 건당 99% 수익…급증 스팸으로 돈버는 통신사

- 기업메시징 요금구조…건당 가격 최대 99%는 통신사
- 건당 7.9원 중 7.7원 가져가…“스팸 범람 책임감 가져야”
- 통신3사, 스팸으로 인한 이익 주장에는 선 그어

기사승인 2024-06-28 06:05:01
최근 급증하고 있는 스팸문자 사례. 참여연대 

휴대전화 스팸 문자 급증으로 이용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지만, 통신사들은 이익을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망 이용에 따른 대가이지만 스팸 범람에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28일 SKT,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의 공시 내역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 스팸 문자가 전송될 때마다 건당 전송 가격의 최대 99%는 통신사의 수익으로 돌아간다. 스팸 문자에 활용되는 기업메시징 서비스의 요금 구조 때문이다.

기업메시징은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에서 고객 등에게 문자로 각종 알림을 보내는 서비스다. 문자에 ‘Web발신’으로 표기되며, 택배 배송 현황이나 카드 사용 내역 등에서 주로 사용된다.


KT의 기업형메시지 월 이용요금표. 문자메시지 1건 당 최저 요금은 7.7원이다. KT 기업형 메시지 이용약관. 

통신사는 기업메시징을 통해 어떻게 수익을 거두고 있을까. 통신사는 기업메시징 사업을 하는 문자중계사업자들에게 망을 제공하면서 이용대가를 얻는다. 문자중계사들은 나뉘어 있는 통신사의 망을 하나로 엮어 대량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한다. 현재 통신사업자인 KT와 LG유플러스를 포함해 9곳이 문자중계사업자로 활동하고 있다.

SKT와 KT, LG유플러스의 기업메시징서비스 이용약관을 살펴보면 문자메시지 건당 최저 요금은 7.7원이다. 장문메시지(LMS)는 23~25원, 멀티미디어메시지(MMS)는 45원의 건당 최저 요금을 받는다. 이는 통신사가 문자중계사업자와의 계약을 위해 공시한 것이다. 이는 문자중계사업자들이 통신사에 내는 일종의 ‘원재료 값’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문자중계사업자들은 문자메시지 1건당 얼마에 판매하고 있을까. 문자중계사업자인 KT와 LG유플러스가 공시한 기업메시징서비스 판매요금에 따르면 양사 모두 문자메시지 건당 최저 7.9원에 판매 중이다. LMS 26원, MMS 49.7원이다. KT와 LG유플러스가 문자중계사업에서 가진 지배적 위치를 고려하면 다른 사업자들도 이와 비슷한 가격에 판매할 수밖에 없다.

이를 토대로 다시 계산해 보면 문자메시지의 경우 7.9원 중 7.7원을 통신사가 얻게 된다. 건당 97.4%에 달하는 요금이 통신사의 몫이 되는 셈이다. LMS와 MMS의 경우 각각 99.8%, 99.5%가 통신사가 수익이 된다.

참여연대는 지난 20일 스팸문자 급증과 관련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참여연대 

이로 인해 통신사가 스팸 문자 사태에 보다 적극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지난 2월 반복적인 불법 스팸 전송과 관련해 KT를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발했다. KT가 지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전체 스팸 발송사업자 총 발송량 중 40%에 달하는 광고성 스팸을 발송했다는 이유에서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스팸 문자로 인해 통신사들이 취하게 되는 이득이 크다. 월 수익으로만 최대 40억 가까운 이익을 얻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책임을 갖고 이 사태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KT와 LG유플러스가 문자중계사업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도 인다. 통신망 사업과 문자중계사업을 함께 하다 보니 결국 스팸 문자 관리가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에서 속도위반을 단속하는 사업자가 속도위반 차량을 직접 굴리고 있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중소·중견 문자중계사업자들이 모인 기업메시징부가통신사업자협회에서도 “KT와 LG유플러스가 문자중계사업을 내려놓는 것이 스팸 해결을 위한 해법”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통신 3사 로고. 연합뉴스

다만 통신사들은 스팸으로 인해 이익을 보고 있다는 주장에 선을 그었다. 문자중계사업자로부터 얻는 수익은 모든 기업메시징에 똑같이 부과되는 망사용 요금이라는 취지다.

SKT는 “스팸 발송으로 매출이나 이익을 보고자 하는 의도가 전혀 없다. 스팸 문자 차단을 위해 인공지능(AI) 필터링 등의 차단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문자중계사업에도 참여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KT는 “KT 사업구조 특성상 통신사와 문자중계사로서의 서비스는 별개다. 기업의 영업 활동에 있어 서비스 원가는 영업 비밀로 확인이 불가하다”며 “KT는 스팸 문자로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스팸근절 TF 등으로 자구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는 “문자중계사를 통해 받는 대가는 이동통신망 설비 운영에 충당되고 있다”면서 “문자중계사업의 경우, 방송통신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문자중계사 중 스팸 발송에 있어 가장 낮은 순위다. 불법 스팸을 발송한 이력이 있는 재판매사(기업·개인과 문자중계사를 연결하는 곳)를 관리해 발송을 중단시키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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