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부인 김혜경씨가 남편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대의원으로 선출돼 논란이다. 일부 시민 사이에선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 확실시되는 상황인 만큼,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씨는 이 전 대표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지역위원회 지역당원대회에서 대의원으로 선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스스로 대의원 후보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대의원 입후보를 위해선 △권리당원 10명의 추천서·신청서 직접 접수 △신청서의 서명이 필수적이다.
현역의원 배우자가 당원으로 가입해 활동하는 경우는 많지만, 지역구 대의원이 되는 것은 흔치 않다. 대의원은 민주당에 소속된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 선출직 대의원 등으로 구성되는데 전당대회에서 영향력이 크다. 대의원의 한 표는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 20표에 준하는 힘을 갖는다. 대의원에 선출됨에 따라 김씨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친명계(친이재명계)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27일 YTN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 승부’에 나와 “대의원의 경우 여러 가지 경로로 될 수가 있는 것이고, 또 본인이 희망하시거나 (하면 된다)”며 “사실은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라고 엄호에 나섰다.
다만 일부 시민들은 부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이른바 ‘어대명’으로 압도적인 당선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가족까지 나서야 하냐는 비판의 목소리다. 민주당 지지자인 이모(29)씨는 “(이 전 대표) 연임이 확실시되는 상황인데, 굳이 가족까지 나설 필요가 있었나 싶다”라며 “‘이재명 일극체제’ 프레임만 강해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박모(61)씨도 “이 전 대표 연임을 응원하지만 괜한 반발만 부를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최근 김씨는 공개 활동 보폭을 넓히고 있다. 김씨는 2022년 대선 당시 ‘경기도청 법인 카드 유용 의혹’이 불거진 이후 외부 활동을 자제해왔다. 하지만 지난 5월 어린이날 행사 참석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대외 활동에 나섰다. 지난달 26일에는 이 전 대표와 함께 ‘인천 계양구을 지역당원대회’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가 8·18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직을 사퇴한 지 이틀만이다.
김씨가 떠안은 사법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거야 수장의 배우자’로서의 입지는 공고한 모습이다. 김씨가 지난 2018년에 출판한 요리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 이 전 대표가 개발비리·뇌물수수·위증교사·불법대북송금 혐의 등 각종 재판을 받느라 변호사 비용 충당이 어렵다는 글이 게재된 이후 지지자들의 자발적인 구매 운동이 벌어진 결과다.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일극체제’가 극에 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김씨가 대의원이 된 것과 관련해 “민주당은 지지자가 ‘딸’을 자처하고 대표를 ‘아버지’라고 칭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이 전 대표의 부인까지 추종하고 있다”며 “이 정도면 글자 그대로 ‘어버이 수령체제’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김일성의 부인 김정숙을 ‘백두여장군’이라 부르며 애지중지하는데, 지금 민주당의 작태도 이와 별로 다르지도 않다. 그러니 제가 민주당을 조선 노동당의 아류라고 한 것”이라고 힐책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김씨가 민주당 대의원이 되는 게 범법은 아니지만 흔한 경우는 아니다”라면서 “일반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볼 때, 이 전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부른다는 반발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