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직원들이 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할 매각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분할 매각을 검토 중인 홈플러스와 노조와의 대립 구도도 첨예해지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 조합원들은 2일 오후 MBK 사무실이 있는 서울 광화문 D타워 앞에서 ‘지키자 홈플러스! 밀실·분할매각 저지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노조는 이날 결의문에서 “MBK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고 경영 정상화를 위한 투자금 회수(엑시트)가 아닌 부동산투기 진행 후 엑시트하려 했으나 코로나 팬데믹과 고금리 시대에 따른 유통 환경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엑시트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프라인 유통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홈플러스는 MBK의 경영실패로 영업이익을 내도 은행차입금과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대한 배당금 때문에 순손실을 이어가고 있다”며 “국민이 키워준 홈플러스를 MBK가 오로지 투자금 회수만을 위해 산산조각 내고 있고, 직원들에게는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다음달 말 1000명 참여를 목표로 전 조합원 결의대회를 예고하며 강경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MBK는 2015년 9월 7조2000억원를 들여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블라인드 펀드로 2조2000억원을 투입하고 나머지 5조원은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 받았다. 이후 홈플러스 점포 20여개를 팔아 4조원 가량의 빚을 갚고 현재 4000여억원을 남겨둔 상태다.
MBK는 최근 이커머스 급성장 속에 홈플러스를 통째로 재매각할 가능성이 줄어들자 슈퍼마켓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310여개부터 분할 매각하기로 했다.
앞서 홈플러스 노조는 2020~2021년에도 MBK에 폐점·매각 중단을 요구하며 파업과 집단 삭발식 등 강경 투쟁을 벌인 바 있다. 노조는 이날 결의문을 통해 “우리는 밀실 매각에 반대하며 투쟁으로 우리의 권리를 지킬 것”이라며 “과거에도 리츠 전환을 막고, 점포 폐점·매각을 재입점으로 전환하는 투쟁에서 승리한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단결된 힘으로 밀실 매각과 분할매각을 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홈플러스 경영진은 2일 입장문을 내고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할매각 검토 배경을 '사모펀드 MBK의 투자금 회수를 위한 절차'라고 언급한데 대해 “대주주의 투자 회수 목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홈플러스는 입장문에서 “애플과 같은 글로벌기업은 물론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도 10년 넘게 공들인 신사업 부문을 매각하거나, 계열사 간 합병, 자산유동화 등을 통해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다”며 “국내 유통기업들도 마찬가지로 격변기를 맞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검토는 홈플러스가 생존을 넘어 지속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여러 전략적 선택지 중 하나로 고려 중인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또 “사업 부문 매각은 경영적 의사결정 사항”이라며 “익스프레스 매각이 이뤄진다면 이는 반드시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전제로 진행할 것임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약속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매각 대금과 관련해선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확대와 온라인 배송인프라 및 서비스 강화 등 투자재원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전액 사용될 예정”이라고 했다.
대주주의 자산 유동화에 대해선 “2015년 MBK 파트너스 인수 이후 현재까지 주주사는 단 한번도 배당금을 수령한 적이 없다”면서 “홈플러스의 메가푸드마켓 같은 점포 리뉴얼, 온라인사업 강화 등을 위해 홈플러스가 1조원 상당의 투자를 집행했으며, 향후에도 계속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2022년 2월 인천 간석점을 시작으로 주요 거점 대형마트들을 신선식품 중심의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으로 전환해 오고 있다. 올 6월 현재 기준, 총 28개 점포를 전환 완료했다. 메가푸드마켓 전환 매장의 경우 연평균 매출이 20% 이상 증가했다.
메가푸드마켓 전환 매장은 연평균 매출은 20% 이상 증가했다. 온라인 부문도 최근 5년 간 매출이 매년 평균 20% 이상 성장했으며, 최근 3년 연속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홈플러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확고한 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최고의 유통기업으로 지속 성장해나가는 것이 홈플러스의 목표”라면서 “익스프레스 매각도 이러한 배경하에서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