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다툼 끝에 가족과 의절한 효성가(家)의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상속 재산을 전액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조 전 부사장은 5일 서울 강남구 스파크플러스 코엑스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상속 재산에 욕심내지 않겠다. 한 푼도 제 소유로 하지 않고 공익재단 설립에 출연하겠다”며 “공익재단을 설립해 국가와 사회에 쓰임 받는 선례를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 공익재단 설립에 다른 공동상속인도 협조해주리라 믿는다”고 이야기했다.
조 전 부사장은 형인 조현준 효성 회장과 갈등을 지속해왔다. 이른바 ‘형제의 난’이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2014년 7월 조 회장과 주요 임원진의 횡령·배임 의혹 등을 주장하며 고소·고발을 진행했다.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이 자신을 협박했다고 지난 2017년 맞고소하기도 했다. 조 전 부사장은 이후 가족과 단절된 채 지내왔다.
지난 3월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별세하며 남긴 유언을 통해 긴 갈등의 종지부를 찍게 됐다. 고 조 명예회장은 세 아들에게 화해를 당부하는 내용의 유언장을 남겼다. 그는 유언장에서 “부모·형제 인연은 천륜”이라며 “어떤 일이 있더라도 형제간 우애를 반드시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의절 상태인 조 전 부사장에게도 법정 상속인의 최소 상속분인 유류분을 웃도는 재산을 물려주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부사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선친의 유지를 받든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선친의 유지를 받들어 형제간 갈등을 종결하고 화해하려 한다”며 “지금까지 저에게 벌어진 여러 부당한 일에 대해 문제 삼지 않고 용서하려 한다”고 말했다.
긴 시간 싸움을 이어온 형제들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그는 “그동안 저 때문에 형제들과 가족이 겪은 어려움이 있다면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선친이 형제간 우애를 강조했는데 거짓과 비방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 앞으로 서로 다투지 말고 평화롭게 각자 갈 길을 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효성그룹의 협조를 부탁하기도 했다. 조 전 부사장은 “저의 가장 큰 희망은 효성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것”이라며 “저의 계열 분리를 위해 필수적인 지분 정리에 형제들과 효성이 협조해주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이와 함께 “이미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도 계열 분리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제가 더 이상 효성그룹에 특수관계인으로 얽히지 않고 삼형제 독립경영을 하는 것 역시 선친의 유훈이라 생각한다"며 "이 역시 다른 공동상속인이 반대하실 이유가 없으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조 전 부사장의 결심과 요구사항에 대해 형 조현준 회장과 동생 조현상 HS효성 부회장도 입장을 밝혔다.
조 회장과 조 부회장 측은 “지금이라도 아버지의 유훈을 받들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가족들은 말로만이 아닌 진정성을 가지고 가족간에 평화와 화합을 이룰수 있는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