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SM 시세조종’ 가담 혐의로 검찰에 소환됐다. 카카오의 경영시계에 ‘먹구름’이 끼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지난 9일 오전 SM엔터테인먼트(SM엔터) 시세조종에 가담한 혐의로 김 위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취재진과 마주하지 않고 비공개로 출석했다.
검찰은 이날 SM엔터 시세 조정 관련해 김 위원장의 지시나 승인이 있었는지, 김 위원장이 관련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는 지난해 하이브와의 SM엔터 인수전에서 승리, SM엔터의 최대 주주가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 5월 카카오와 SM엔터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 그러나 부작용도 컸다. 김 위원장 등 주요 임원진 등이 SM엔터 인수전에서 시세조종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2월 카카오가 경쟁사인 하이브의 SM엔터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시세조종을 벌인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같은 해 2월16일~17일과 27~28일에 약 2400억원을 동원해 SM엔터 주식을 장내 매집해 고가에 매수했다는 내용이다. SM엔터 주식의 가격이 치솟자 하이브는 인수전에서 손을 뗐다.
카카오 법인과 카카오 관계자는 같은 혐의로 이미 재판을 받고 있다. 배재현 전 카카오투자총괄대표는 지난해 11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가 지난 3월 보석 석방돼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됨에 따라 기소가 가까워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앞서 김 위원장과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 등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바 있다.
카카오는 SM엔터 시세조종 외에도 계열사 경영 관련 위법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계열사인 카카오모빌리티의 콜몰아주기 의혹,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계사의 임원 횡령·배임 의혹,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드라마 제작사 고가 인수 의혹 등이다.
일각에서는 카카오의 쇄신 노력에 큰 타격이 갈 수 있다는 지적도 내놨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카카오의 사법리스크에 대해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며 고강도 쇄신을 강조한 바 있다. ‘준법과 신뢰위원회’(준신위)와 경영쇄신위원회를 통한 내부 단속 시스템도 강화했다. 준신위는 △책임경영 △윤리적 리더십 △사회적 신뢰회복 등의 3가지 의제에 대해 카카오와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뱅크,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페이 등에 개선방안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강도 쇄신 작업을 진두지휘해 왔던 김 위원장이 검찰에 소환되면서 향후 방향이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사법리스크로 인해 인공지능(AI) 등 빠른 투자 결정 및 대응이 필요한 신사업에 차질이 갈 가능성도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상반기 자체 AI 모델인 ‘코GPT 2.0’을 공개하기로 했으나 여러 악재가 겹치며 결국 공개가 무산된 바 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창업자의 사법리스크는 늘 기업의 실적에 영향을 미친다.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의 가늠자가 되기도 한다”며 “향후 AI 신사업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상황에서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카카오의 쇄신 작업은 김 위원장이 주도해 온 부분이 있다”며 “김 위원장이 쇄신 작업에서 배제된다면 동력 또한 상실될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