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4법’ 강행에 속수무책 국힘, 尹 입만 바라봐

‘방송4법’ 강행에 속수무책 국힘, 尹 입만 바라봐

방송 4법 본회의 모두 통과…국민의힘 “재의요구 건의”
1일 본회의서 25만원 지원법·노란봉투법 놓고 대립 전망

기사승인 2024-07-31 06:00:09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0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야당의 '방송 4법' 강행처리를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임현범 기자

소수 여당의 5박 6일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끝내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국민의힘의 저지선을 뚫고 ‘방송 4법’을 단독 강행 처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면서, ‘여당 필리버스터→거대 야당 강행 처리→대통령 거부권→재표결→최종 부결’의 소모적인 정쟁이 반복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30일 오전 한국교육방송공사법(EBS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24시간40분 만에 강제 종결하고 법안을 상정, 재석 의원 189명 전원 찬성으로 의결했다. 이로써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 개정안, 방송법 개정안,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 등 방송4법은 모두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당 내부엔 회의감이 감돌고 있다. 109시간 넘게 이어진 필리버스터는 누적 기준 ‘역대 최장 토론 2위’ 기록을 갈아 치웠지만, 거야(巨野)의 법안 강행 처리에 속수무책이었다. 한 여당 의원은 “장시간 체력전을 벌였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는 듯 하다”며 “무력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여당에게 남은 최후의 방패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다. 국민의힘은 이날 방송4법이 모두 본회의를 통과하자마자 규탄대회를 열고 윤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했다. 대통령실도 “사회적 합의 및 여야 합의 없는 야당 단독 의결에 우려를 표명한다.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해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대통령실의 입장”며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26일에도 “야당의 행태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법안을 강행 추진한 야당에게도 당장 떨어지는 실익은 없다. 방송4법은 다시 대통령 거부권에 의해 수일 내 국회로 되돌아올 예정이다. 재표결 끝에 자연히 폐기의 길을 밟을 공산이 크다. 재의결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여당 내에서 이탈표가 8표 이상 나온다는 전제에서 가능한 일이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행보가 ‘불통 정부’, ‘거부권 남발 대통령’ 이미지 강화를 위한 노림수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다수 의석을 앞세워 국회에서 법안들을 강행 처리하고 윤 대통령이 매번 거부권을 행사하는 구도를 만들어 부담을 안기겠다는 ‘정치적 셈법’이 엿보인다. 윤 대통령이 입법권을 무력화하고 있다는 프레임을 통해 탄핵 여론에 불붙이려는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국정 2년차인 윤 대통령은 현재까지 15번에 걸쳐 거부권을 행사했다. 

여야의 극한 대치 속 비쟁점·민생 법안 처리는 차질을 빚고 있다. 22대 국회가 2개월간 발의한 2377건(30일 기준) 법안 중 국회를 통과한 비쟁점·민생 법안은 0건에 가깝다.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회의사당에서 벌어지는 증오의 굿판을 당장 멈춰야 한다. 여야 지도부가 국회의원들을 몰아넣고 있는 이 바보들의 행진을 멈춰야 한다”고 호소한 이유다. 

이번 필리버스터 정국은 일단락됐지만 당장 8월 초 본회의부터 필리버스터 소모전은 다시 시작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노란봉투법’과 ‘민생회복지원금법’(전국민 25만원 지급) 처리를 벼르고 있다. 정부·여당은 해당 법안들이 기업 경영을 과도하게 위축시키고, 물가 상승을 자극할 것이란 이유에서 반대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21대 국회 당시 윤 대통령이 이미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된 바 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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