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분해 수순 밟는 큐텐그룹...“채권자만 11만명, 합의 불가능”

공중분해 수순 밟는 큐텐그룹...“채권자만 11만명, 합의 불가능”

FI 주식 전환해 경영권 확보…구 대표 지우기 나서
티몬, 신규 투자 유치 위한 실사작업 착수
“채권자만 11만명 달해…합의 불가능할 것”

기사승인 2024-08-21 06:00:08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1일 검찰의 자택 압수수색 협조를 위해 자택 문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큐텐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큐익스프레스가 모 그룹에서 독립해 새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다. 큐익스프레스의 재무투자자(FI)가 보유한 채권을 주식으로 바꾸면서 구영배 대표와 큐텐그룹의 공중분해도 ‘시간 문제’로 다가왔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큐익스프레스 FI들은 교환사채(EB)와 전환사채(CB) 등을 대거 보통주로 전환해 경영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큐익스프레스는 각종 물품을 국제 수송하는 B2B(기업대상) 기업으로, 직원은 1000명 안팎이다. 인력 대다수는 싱가포르·일본·한국 등지에 있다. 

현재 큐익스프레스는 큐텐그룹의 큐텐과 구 대표가 각각 지분 약 66%와 29%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FI들이 권리를 행사해 주식 전환을 하면 구 대표 측은 지분율이 줄어들어 소수 주주가 된다. FI들은 이르면 이달 말 주식 전환을 완료하고 사업을 회복시킨 뒤 국내외에서 새 전략적 투자자(SI)를 찾을 예정이다. 회사 사명(브랜드)을 바꾸는 안도 검토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큐익스프레스의 FI로는 국내 사모펀드인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크레센도)와 메티스톤에쿼티파트너스, 외국계 펀드인 코스톤아시아 등이 있다.

앞서 큐익스프레스는 지난달 구영배 대표를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사임시켰다. 이후 새 CEO로 마크 리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임명했다. 회사 측은 당시 “큐텐 계열사의 크로스보더 물량은 전체의 10%에 불과하다”며 큐텐그룹을 떠나도 충분히 독자 경영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큐익스프레스의 독립으로 큐텐그룹의 와해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자회사인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 등은 이미 개별 투자 유치와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기업 회생 절차에 들어간 티몬은 새로운 투자자 유치를 위한 실사 작업에 착수했다. 모바일앱과 홈페이지 판매 재개도 조만간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모 회계법인은 지난 16일부터 수십명의 인력을 투입해 티몬과 위메프 실사를 벌이고 있다.  

앞서 티몬과 위메프는 구조조정펀드나 사모펀드 등을 통해 신규 투자를 받아 상당수 채권자에게 채무를 상환한 뒤 회사를 정상 궤도로 돌려놓고 3년 안에 재매각하는 방안이 담긴 자구안을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했다. 티몬과 위메프는 회사가 정상화하려면 각각 1000억원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추산하고 있다. 

위메프는 개별 매각과 투자 자금 확보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인터파크커머스도 지난 16일 법원에 기업 회생 절차를 신청한 상태다. 인터파크커머스의 대표자 심문기일은 오는 23일 비공개로 진행된다. 이날 김동식 대표가 직접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큐익스프레스의 독립을 두고 일각에선 도의적 책임론도 제기된다. 당초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된 회사가 그룹을 이탈하는 만큼 티몬·위메프 사태 피해자들의 반발을 일으킬 수 있어서다. 

구 대표가 큐익스프레스의 지분이나 회사 자금을 활용해 피해액 변제에 나서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교환사채 등이 많이 걸려 있어 구 대표 측 지분이 겉보기보다 가치가 낮고, 이사회와 주주 반대도 넘어야 할 산이다.

피해자들은 이미 티몬의 신뢰가 무너져 그룹 내 자구안이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용환 티몬 피해자 모임 대표는 “소비자들은 환불이 조금씩 이뤄지고 있지만 PG사를 통한 환불도 실질적으로 5% 정도밖에 안된다”며 “오히려 판매자 문제가 크다. 알렛츠를 비롯해 줄도산 위기에 직면한 위태위태한 기업들이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큐텐 입장에선 최대한 버티는 쪽으로 가야할텐데 현재 상황에선 그것도 쉽지 않다”며 “투자자 유치도 현실적으로 볼때 가능성이 없다.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의 경우도 채권자들의 합의를 얻기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2일 티몬·위메프가 신청한 ARS 프로그램을 승인했다. ARS는 회생절차 개시 결정에 앞서 채무자와 채권자들 사이 자율적인 구조조정 협의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법원이 지원하는 제도다.

법원이 ARS를 가동했지만 실제 합의까지는 쉽지 않다. 피해 셀러 수만 11만명에 달하고, 이해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협의 과정에서도 난항이 예상된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김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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