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와우 이식 후 뇌 청각 중추까지 회복…“세계 첫 확인”

인공와우 이식 후 뇌 청각 중추까지 회복…“세계 첫 확인”

기사승인 2024-08-22 11:16:12
박홍주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고도난청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인공와우 이식을 받은 성인들에서 청각 기능 뿐 아니라 뇌의 청각 중추가 회복된 사실이 세계 최초로 확인됐다. 인공와우 이식은 보청기로도 효과가 없는 고도 난청 환자들을 위해 달팽이관 안에 전극을 삽입해 소리를 듣게 해주는 치료법이다.

서울아산병원 박홍주 이비인후과 교수팀은 후천적 청각장애로 한쪽 귀에 인공와우 이식 수술을 받은 성인 16명을 대상으로 이식 1년 후 뇌 자가공명영상(MRI)을 분석한 결과, 청각을 관장하는 대뇌피질의 부피가 이식 전과 비교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2일 밝혔다.

연구팀은 과거 선행연구를 통해 고도 난청 환자들에게서 청각과 언어 인지를 담당하는 뇌 상부 측두엽 등 많은 부위에서 대뇌피질의 부피가 감소돼 있는 사실을 보고한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선 인공와우 수술 전후의 대뇌피질 변화 양상을 분석했다. 그 결과 소리를 직접적으로 듣는 청각피질을 포함한 대뇌피질의 부피가 크게 증가한 사실을 발견했다. 특히 대뇌피질이 회복된 정도가 청각 기능이 회복된 정도와 강한 연관성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또 뇌 상측 측두이랑의 부피 증가가 수술 후 단어 인식 능력의 호전과 강한 상관관계를 갖는 점도 보였다. 이는 청각 능력의 향상이 뇌 청각 중추 구조의 회복과 관련이 있음을 시사한다.

인공와우 이식 후 뇌의 구조적 변화를 장기간 추적한 최초의 연구다. 인공와우로 청각 기능이 향상되면서 위축돼 있던 대뇌피질이 회복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 향후 난청 인구가 늘어나는 고령화 사회에서 인공와우를 통한 적극적인 난청치료가 대뇌 기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 교수는 “후천적 청각 상실을 겪은 성인이 인공와우 이식을 통해 잘 들을 수 있게 될 뿐 아니라, 뇌의 청각 관련 대뇌피질의 부피가 회복될 수 있음을 대뇌 MRI 영상을 통해 직접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이가 들어 청력이 떨어지면 단어 인식능력도 저하돼 의사소통에 장애가 발생하기 쉽다”면서 “난청은 장기적으로는 치매로 이어질 수 있어 난청으로 생활에 불편함을 느낀다면 보청기를 일차적으로 사용하고, 보청기로 충분한 의사소통이 어려울 경우 인공와우 이식을 통해 적극적으로 난청을 치료할 것을 추천한다”고 밝혔다.

인공와우 이식은 매우 안전한 수술로 수술 후 의사소통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청각재활 효과가 탁월하다. 인공와우를 통해 꾸준히 청각 피질을 자극하는 것이 인지기능 저하를 막아 대뇌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최근에 개발된 인공와우 기기는 수술 후에도 MRI 촬영을 하는 데 제한이 없을 만큼 기술적으로 발전돼 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Nature)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신호에 실렸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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