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질책에 한덕수 총리 “환자 떠난 전공의 탓”

의료공백 질책에 한덕수 총리 “환자 떠난 전공의 탓”

기사승인 2024-09-03 20:40:20
한덕수 국무총리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의료공백 장기화로 국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중증환자와 난치병 환자를 떠나버린 전공의가 제일 먼저 잘못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책임 떠넘기기’라는 비판이 일었다.

한 총리는 3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의료 공백으로) 국민이 불안하고 어려운 건 어떻게 할 것이냐”라고 묻자 “국민의 불안은 1만명 가까운 전공의들이 환자 곁을 떠난 데서 출발했다”고 답했다.

이에 정 의원이 “정부가 일을 시작해놓고, 망쳐놓고 그걸 전공의 탓, 국민 탓으로 돌리느냐”라고 질책하자 한 총리는 “(파업 시) 공익적 요소를 가진 분야는 급한 부분은 남겨놓고 떠나게 돼 있지 않나. 전공의가 제일 먼저 잘못한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총리는 “과거부터 다 조금씩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왔다면 아마 지금 훨씬 더 좋은 상황에서 개혁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개혁은 어려운 일이지만 이걸 적절한 때 못하면 소위 문제는 그 뒤에 축적이 돼서 정말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우리가 지불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 총리의 이 같은 발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의료계에 책임을 떠넘긴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이동학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채널A 뉴스 TOP10에 출연해 “정부가 누군가를 허수아비로 지명해놓고 그 사람을 때린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정부는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의사들을 공격하는 이 과정 자체가 무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최근 정부가 군대에서 일을 하고 있는 의사들을 투입한다고 하는데, 군의관들이 사실상 자기 집이 아닌 남의 집에 가서 냄비가 어디 있는지, 숟가락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데 시술이나 수술이 가능하겠나”라며 “실제로 현장에서는 더 많은 문제점들이 일어날 것이고 그 혼란의 결과는 결국 국민들에게 더 안 좋은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 본다. 정부는 국민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짚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국무총리의 현실 인식에 유감을 표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사직 전공의는 “그간 전공의에게 많은 희생을 요구 왔다며 수련 여건을 적극 개선하겠다던 정부였는데, 이번 발언으로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미안함마저 사라졌다”며 “책임을 떠넘기면서 현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두고 볼 것”이라고 밝혔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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