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만큼 힘들다”는 내 가족·친구…자살 SOS 알려면

“죽을 만큼 힘들다”는 내 가족·친구…자살 SOS 알려면

9월10일 세계자살예방의 날
96.6%가 위험신호 보냈지만…알아차린 건 23.8%뿐
백종우 교수 “우울증 동반된다면, 109번 전화해 전문가 도움받아야”

기사승인 2024-09-10 06:05:03
쿠키뉴스 자료사진

자살사망자 10명 중 9명 이상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위험신호를 보냈지만, 이를 알아차린 비율은 23.8%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경고신호를 감지하는 비율만 높아져도 자살 위험을 낮출 수 있어 가족, 친구들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 10일 세계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자살 위험 신호를 알아차리는 방법과 어떻게 도움을 주는 것이 좋을지 알아봤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재단이 최근 발표한 ‘2015~2023년 심리부검 면담 분석 결과’에 따르면 자살사망자의 96.6%가 사망 전 경고신호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대부분은 자살을 암시하는 언어, 행동을 통해 신호를 보낸다는 의미다. 사망 1개월 안에는 심한 감정기복 등 감정상태의 변화(19.1%)나 아끼는 물건을 버리는 등 주변을 정리하는 행동(14%)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사망 1년 전에는 잠을 많이 자거나 혹은 잠을 자지 않는 수면상태의 변화(26.2%)가 보인다. 또 ‘죽고 싶다’거나 ‘죽어야 편해질 것 같다’는 식의 자살에 대한 언급이 많아지는 것(24.1%)도 높은 비율로 나타난다. 

이밖에 경고신호로는 △무기력증, 대인기피증을 앓거나 일상에 흥미를 잃어버리는 것(60.7%) △갑자기 많이 먹거나 극히 적게 먹는 것(59.6%) △신체적인 불편함 호소(50.3%) △‘내가 없어지는 것이 낫다’, ‘나는 가망이 없다’ 등 자기비하적인 말을 하는 것(47%) △자해행동이나 물질남용(35.6%) △집중하기 어렵다거나 사소한 일에 대한 결정의 어려움(34.7%) △외모 관리에 대해 무관심(28.9%) 등이 대표적이다. 

상황적 징후를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 처해 있다면,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켜졌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유족 1262명으로부터 얻은 자살사망자 1099명에 대한 심리부검 면담 결과를 보면, 자살사망자는 평균 4.3개의 스트레스 사건을 다중적으로 경험했다. 

생애주기별로는 청년기(34세 이하)의 경우 실업자 비율과 구직으로 인한 직업 스트레스 경험 비율이 높았다. 장년기(35~49세)는 직업과 경제 스트레스 경험 비율이 가장 높았고, 세부적으로는 직장 동료와의 관계 문제, 사업 부진 및 실패, 부채 등이 정신건강 악화로 이어졌다. 중년기(50~64세)는 퇴직·은퇴·실직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았다. 노년기(65세 이상)는 대인관계 단절 비율이 높았으며 만성질병으로 인한 신체건강 스트레스, 우울장애 추정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자살 위험 신호를 주변에서 인지한 비율은 23.8%에 불과했다. 자살을 막을 수 있는 기회를 대부분 놓치고 있다는 얘기다.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을 지낸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심리부검은 가족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데, 경고신호를 보냈음에도 알아차리지 못해 ‘그게 그거였구나’ 하며 뒤늦게 알아차리는 비율이 높다”며 “자살사망자가 직장에선 위험신호를 보내도, 가족들이 걱정할까봐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자살 고위험군이 ‘위험신호’를 보냈다가도, 사회적 편견 때문에 주저하는 사례도 있다. 백 교수는 “말해봤자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생각에 빠진 경우가 많고,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해 하며 말하길 꺼리기도 한다”면서 “힘든 이유를 드러내면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보거나 싫어하지 않을까 하고 걱정하는 경우도 있어, 우리 사회가 정신건강에 대한 편견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고신호를 알아차렸다면 어떻게 도움을 주는 것이 좋을까. 백 교수는 “위험 정도에 따라 다르다”며 “자살 생각을 하는 정도면 주변 사람이 충분히 들어주고,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우울증이 동반되는 심각한 위기에 빠졌을 땐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백 교수는 “우울증이 동반되는 경우엔 오히려 도움을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며 “주변에선 심각도를 알아차리기 어렵기 때문에 어떤 대처가 필요한지 전문가에게 물어보는 것이 현명하다. 자살예방상담전화 109번이나 복지부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번을 통해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권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자살률을 줄이기 위해 자살예방교육을 올해 7월부터 의무화했다. 자살 위험 경고신호를 파악하고, 자살 위기 대응 기술 등 내용을 포함시켰다. 황태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은 “자살 유가족 10명 중 7명은 위험신호를 보내도 인지를 못 하고 있다. 위험신호를 알아차린다면 예방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며 “자살예방 교육이 7월부터 의무화된 만큼 실효성 있는 교육을 통해 자살률을 낮출 수 있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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