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환경성영향평가’, 불법 행위 면죄부로 전락해 논란

‘재활용환경성영향평가’, 불법 행위 면죄부로 전락해 논란

폐타이어 철심 재활용 불법 행위 덮기 위해 무리한 법 적용 지적
환경단체, “면책하려고 선진제도 악용한 것” 주장

기사승인 2024-09-19 18:29:46
환경부가 폐타이어 ‘철심(분철)’의 재활용 과정에서 자행되고 있는 불법 행위를 ‘재활용환경성평가’로 덮어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쿠키뉴스 D/B.

환경부가 폐타이어 ‘철심(분철)’의 재활용 과정에서 자행되고 있는 불법 행위를 ‘재활용환경성평가’로 덮어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폐타이어 철심의 경우 ‘폐기물 재활용환경성평가’ 대상이 아닌 데도 무리하게 법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업자의 불법 행위를 철저하게 관리 감독을 해야 할 정부가 나서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19일 환경부와 온누리환경연합 등에 따르면 그동안 이행하지 않던 폐타이어 철심에 대한 ‘폐기물 재활용환경성평가’를 2023년 1월부터 전격 실시하고 있다.

철심은 합성고무가 주원료인 타이어의 안정성과 품질 향상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 일종의 보충제다.

철심 함유량은 타이어 제조사별로 약 20~40%가량 첨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활용된 철심은 주로 제강회사에서 가탄제 원료로 활용된다.

그러나 고철 재활용 과정에서 2% 이하로 규정한 이물질 함유량을 지키지 않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물질을 2% 이하로 규정한 것은 합성고무가 주류인 이물질이 철심과 함께 용광로에서 소각될 경우 다이옥신 등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물질이 배출되기 때문이다.

실제 국립환경과학원이 제출한 ’분철 재활용환경성평가서‘에는 고무 함량은 70%에 이른다. 

타이어 산업 노동자에게 나타나는 심장 질환과 암 등 각종 질병이 제강·제련소 노동자에게 여과 없이 전이되고 있는 셈이다. 

폐타이어를 함부로 처리할 수 없도록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대상 품목으로 분류하고 특별히 관리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처럼 이물질(합성고무)이 다량 포함된 철심이 제강·제련소에 납품되면서 사회적인 문제로 불거지자 불법행위를 피하기 위해 폐기물처리업자와 환경부가 부랴부랴 ‘재활용환경성평가‘를 도입했다는 게 환경단체의 설명이다.    

온누리환경연합 중앙회 이대근 회장은 “다량의 합성고무가 포함된 철심을 제강회사에 납품한다는 것은 제련소 노동자들의 건강에도 악영향이 우려되는 위험한 상황”이라면서 “이런 불법 행위가 수십년간 자행하고 있었지만 그동안 환경부와 지자체는 손놓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경부와 해당 업체는 불법 행위를 ’재활용환경성평가‘라는 꼼수로 피하려 하지 말고 표준작업 등 근본적인 대응책을 세울 것”을 촉구했다. 

더 큰 문제는 폐타이어 철심이 ‘폐기물 재활용환경성평가’ 대상이 아닌데도 이를 무리하게 적용하고 있어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폐기물관리법에 따르면 ‘재활용환경성평가’는 폐기물을 재활용하기 전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재활용 기술을 사전에 평가하는 제도다.

적용 대상은 △토양·지하수 등과 직접 접촉하는 폐기물의 재활용 △재활용 원칙 및 기준이 없는 신규 재활용의 용도·방법 등이다.

평가는 공정시험기준을 따라 해당 재활용 용도·방법의 유해 특성과 사람의 건강이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조사·예측해야 한다. 

여기에다 해로운 영향을 피하거나 제거하는 방안 및 재활용기술의 적합성에 대한 평가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특히 공정시험기준이 없는 경우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시험방법을 적용하는 등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전반적인 사안을 광범위하게 분석해야 한다. 

하지만 분철은 이미 폐기물관리법에서 재활용 기준과 유형을 ‘R-3-3’으로 분류하고 있어 ‘재활용환경성평가’ 대상이 될 수 없다.  

 ‘R-3-3’은 고철을 금속 또는 금속 제품을 제조하는 업체에 공급하는 유형이다.

폐기물관리법에는 이를 재활용할 경우 이물질 함유량도 무게 기준 2%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대구가톨릭대 환경과학과 조만수 교수는 “재활용의 원칙 및 기준이 설정된 분철의 경우 ‘재활용환경성 평가’ 적용 대상으로 볼 수 없다” 면서 “굳이 ‘재활용환경성 평가’를 한다면 폐기물처리업체를 대상으로 할 게 아니라 실제 분철을 사용하고 있는 제강·제련소를 대상으로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나마 실시한 ‘재활용환경성평가’도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재활용환경성평가’를 시행하고 승인한 국립환경과학원이 제시한 평가서에는 지정폐기물에 함유된 유해물질, 유해특성, 대기오염물질 배출허용기준 등을 평가했으나 측정치는 제시하지 않고 ‘기준치 만족’만 표기하고 있었다.

게다가 인체에 치명적 독성물질인 ‘황’은 분석에서 제외하는 등 졸속으로 시험 분석한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무엇보다 △재활용 대상 폐기물의 전(前)처리 기준 및 방법 △주변 지역의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시설 또는 장치 등의 설치·운영 △환경변화 모니터링의 주기·항목·방법 및 기간 등 사후관리에 관한 사항 △재활용 공정·시설의 설치 및 운영 기준 등 핵심 내용은 업체의 기밀 사항으로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졸속 평가에 대한 의혹을 더욱 짙게 하고 있다. 

온누리환경연합 중앙회 이대근 회장은 “‘재활용환경성평가’는 폐기물 재활용 기술을 사전에 평가하는 선진제도”라면서 “불법 행위를 급하게 합리화하려다 보니 수개월 혹은 수년간에 걸쳐 진행해야 하는 ‘재활용환경성평가’가 졸속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어 “환경부와 관련 업체가 불법 행위를 면책하려고 선진제도를 악용한 것이 경악스럽다”며 “환경부는 수십년간 불법 행위를 하면서 타이어제조사가 면제받은 ‘재활용 분담금’을 회수하고 이에 따른 부과금을 징수하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환경부 관계자의 해명을 듣기 위해 전화 통화를 했으나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알려 주겠다”고 응답한 후 연락이 없는 상황이다.

이후 여러 차례 환경부 관련 부서에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아 입장을 들을 수가 없었다.

다만, 한국환경공단에 ‘재활용환경성평가’와 관련한 자료를 요청하면서 관계자로부터 “재활용환경성평가 기준은 폐기물관리법 제13조의3, 재활용환경성평가의 절차 및 방법은 하위법령인 시행규칙 제14조의4 등에 따랐으며, 세부사항은 환경부 고시로 정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문구만 전달 받았다.

한국환경공단은 폐타이어 철심 재활용에 대한 ‘환경성평가’ 시험분석을 시행한 기관이다.
폐타이어 철심 ‘재활용환경성평가’도 졸속으로 이뤄져 비난을 받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제공.
노재현 기자
njh2000v@kukinews.com
노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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