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과 유예 여부를 두고 정책 토론회를 연 가운데, 이번 토론회는 이재명 대표의 대선 전략을 엿볼 수 있는 자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당내 갈등을 조율하며 정책적 유연성을 통해 대권 가도를 닦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24일 금투세 관련 정책 토론회를 열고 시행팀과 유예팀으로 나눠 갑론을박을 벌였다. ‘금투세 유예팀’으로 토론에 나선 김현정·이소영·이연희 의원은 주식시장이 선진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금투세를 당장 도입하면 자본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반면 금투세 시행팀으로 나선 김영환·김성환·이강일 의원은 금투세 도입으로 국내 주식시장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토론회 논의 내용을 토대로 당내 의견을 수렴해 금투세 시행과 유예 중 최종 입장을 당론으로 정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의견 수렴 과정과 의원총회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시행과 유예를 둘러싼 의견이 팽팽히 맞서면서 당론 결정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다만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유예에 무게를 두고 있어 최종적으로 유예로 결론이 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당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유예로 방향을 이미 설정했지만 당내 반발을 줄이기 위해 토론형식을 채택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입장을 정해놓고 토론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번 토론은 단순한 세금 정책을 넘어서 이 대표의 중도층 확장을 겨냥한 실용적 정치 행보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신명(新이재명)계 핵심으로 이 대표의 복심인 김민석 수석 최고위원이 최근 ‘3년 유예론’을 제안한 것은 이 대표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금투세 유예가 증시 부양에 필수적이며 3년의 유예기간 동안 증시를 개혁하고 경제적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이는 2027년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 계산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대선 시기에 금투세 문제를 다시금 쟁점화하여 이 대표에게 유리한 정치적 위치를 선점하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에서도 중도 확장을 목표로 내세우며 금투세 유예 혹은 완화를 강조한 바 있다. 2기 체제에서는 중도층을 겨냥한 정책을 통해 대권 가도까지 연결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과 토론회의 진행 과정은 이 대표가 실용주의 노선으로 당내 주도권을 강화하면서 대권가도를 더 확고히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 대표가 이번 금투세 결정을 통해 당내 경제 입법 성과가 미흡하다는 비판을 잠재우면서 실용적인 경제 정책을 뒷받침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