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최근 경제가 과거 노무현·박근혜 탄핵 때와 달리 어려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탄핵 정국 불안이 장기화된다면 정부와 함께 모든 수단을 활용해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한국은행은 15일 ‘비상계엄 이후 금융·경제 영향 평가 및 대응방향’ 보고서를 통해 “해외요인이 국내요인과 중첩될 경우 경제적 영향이 증폭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여야정 합의를 통해 지난 두 번의 사례에 비해 경제상황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과거 노무현(탄핵안 가결 후 헌재 기각까지 63일)·박근혜(탄핵안 가결 후 헌재 인용까지 91일) 전 대통령의 탄핵 국면과 윤 대통령 탄핵 국면을 비교·분석했다. 분석결과 이번 탄핵 국면 속 국내 경제는 과거 중국의 고성장(2004년), 반도체 경기 호조(2016년) 등 대외여건 측면에서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 한은의 판단이다.
한은은 먼저 노무현·박근혜 탄핵 국면에서는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단기적으로 확대했지만 경제 전체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고 봤다.
한은은 “2004년에는 수출 호조에 따른 기업실적 개선을 배경으로 (코스피가) 전년도에 이어 상승 추세가 이어지다가 중국의 긴축전환 등으로 상당폭 조정됐으며, 2016년은 글로벌 반도체 경기 호조로 장기간 상승 추세를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고채금리(3년물)는 국회 탄핵안 가결 이후 헌재 결정까지 대체로 좁은 범위에서 등락했다”며 “신용스프레드는 2004년은 축소 추세를 이어갔으며, 2016년은 소폭 상승하다가 국회 탄핵안 가결 이후 하락 전환했다”고 덧붙였다.
실물경제와 관련해서는 “2004년에는 카드사태, 부동산경기 둔화 등으로 국회의 탄핵안 발의·가결 이후 소비자심리지수가 예년(직전 1년 평균) 수준을 회복하는데 4분기 정도 소요됐다”며 “2016년에는 헌법재판소의 인용 결정 이후 빠르게 개선되면서 4개월만에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고 당시 상황을 분석했다.
한은은 최근 경제 상황은 통상환경의 불확실성 증대, 주력산업의 글로벌 경쟁 심화 등으로 대외여건의 어려움이 커진 것으로 봤다. 이에 금융·경제 정책을 여·야·정 협의하에 차질없이 진행해야 정치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은은 “경제시스템이 독립적으로 정상 작동한다는 신뢰를 준다면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기대한다”며 “추경 등 주요 경제정책을 조속히 여야가 합의해서 추진함으로써 대외에 경제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모습을 가급적 빨리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한은은 앞으로 정치상황 전개 과정에서 갈등이 길어진다면 경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활용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