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필의 視線] ‘천안국보’ 제자리찾기 운동을 펴자

[조한필의 視線] ‘천안국보’ 제자리찾기 운동을 펴자

기사승인 2025-01-01 19:41:45
국립중앙박물관 금속공예실에 전시 중인 국보 천흥사 종. 오른쪽 설명판은 ‘성거산 천흥사’가 천안에 있음이 명확한데 무슨 이유인지 소재지를 밝히지 않고 있다. 사진=조한필 기자

 2025년은 천안 도시 탄생 1100주년을 맞이하기 5년 전이다. 천안의 시작은 930년, 고려 태조 왕건이 후백제를 공격하기 위한 군사교두보로 천안도독부를 세우면서 비롯되었다. 당시 목천-직산-온양에 둘러싸인 무주공산 땅에 천안을 만들었다. 고을 이름 천안(天安)에는 “천하를 편안하게 하겠다”는 후삼국 통일 의지를 담았다. 왕건은 이 천안을 발판으로 6년 후인 936년 후백제를 멸망시켰다. 이런 천안이 2030년이면 탄생 1100돌 맞는다.

 이제 다섯 해 남았다. 시와 시민은 도시 역사정체성을 밝히는 기념사업을 대대적으로 펼쳐야 한다. 이 때를 천안 도약의 큰 분수령으로 삼아야 한다. 

 천안국보 제자리찾기 운동을 제안한다. 시민들에게 자신이 사는 도시의 역사성을 일깨우는 차원에서도 꼭 필요하다. 천안과 연고 있는 국보는 총 3개로 봉선홍경사 비(碑), 천흥사 종(鐘), 보협인석탑(塔)이다. 모두 고려 초기 불교 유물로 비·종·탑 각 1점이다. 그런데 현재 천안에 남은 것은 성환의 봉선홍경사비뿐이다. 나머지 2점은 사찰이 사라지면서 외부로 유출되는 불운을 겪었다. 

 천흥사종은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보협인석탑은 서울 동국대박물관에 있다. 천흥사종은 성거읍 성거산 아래 사찰이 폐사되자 반출된 듯하다. 보협인석탑은 북면 대평리의 이름 모를 사찰에 있던 것이 해체되어 마을 우물가 등으로 흩어졌다가 1968년 동국대로 옮겨졌다.

 지난달 22일 천안향토문화연구회 김종식 회장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천흥사 종 관련 정보공개 요청을 했다. 김 회장은 박물관 측에 천흥사종의 ‘구입시기, 구입처, 구입금액, 구입경위’와 관련된 자료를 청구했다.

 이는 박물관에 전시된 천흥사종의 설명판에 ‘1910년 구입’<위 사진>이라고 명시된 부분에 대한 의문에서 비롯됐다. 국가 유산의 소장기관 입수 경위는 중요하다. 불법적으로 입수한 문화유산을 공공기관이 버젓이 국민에게 보여줄 수 없다. 발굴·기증이 아닌 구입이라면 구입처와 구입과정을 밝혀야 한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0일 천안시청에서 열린 천흥사지 학술대회서 발표된 논문이 주목된다. 성신여대 강호선 교수가 천흥사종의 유전(流轉) 과정을 전했다. 이 종은 1909년 11월 1일 경기도 광주성(남한산성)에 있을 때 처음 촬영됐다. 당시는 조선통감부가 우리나라 고적을 조사한 때로 촬영자는 야쓰이 세이이쓰(谷井 濟一)였다. 그는 광주성 종각 내에 있었고 “요나라 통화 28년명(1010년, 현종 1년)이 있는 성거산 천흥사종은 일품입니다”라고 보고서에 적었다.
 남한산성이 1624년(인조 2년) 축조되자 천흥사종은 이곳에 걸린 것으로 보인다. 당시 사찰의 큰 종들이 관아 문루나 종각에 걸려 시간을 알리는 기능을 했다. 강 교수는 “야쓰이 조사 이후 그 가치가 주목된 이 종은 이후 1910년 창경궁으로 옮겨지며 이왕가박물관(李王家博物館)소장품이 되었다”고 했다. 그런데 국립중앙박물관은 ‘1910년 구입’했다고 하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이왕가 혹은 조선총독부(통감부)가 광주부로부터 돈을 주고 샀다는 얘기인지 의문이 남는다.

 천흥사는 태조 왕건이 “오색구름을 보건대 신선이 사는 산”이라고 이름 지은 성거산 사찰로 고려 태조 및 현종과 연관이 깊다. 학계가 후삼국 통일과 관련된 고려 초기 주요 사찰로 인정했고, 발굴이 연속 진행돼 사찰의 규모·성격이 밝혀지고 있다. 만약 천흥사종이 천안으로 돌아온다면 천안 역사에 기록될 일이 될 것이다. 시와 시민이 힘을 모아 천안국보 제자리찾기 운동을 실현한다면, 이는 천안의 역사적 가치를 되살리는 동시에 다가올 1100주년 기념사업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보협인석탑 관련해선 차후 상세히 다루겠다.

 천안향토문화연구회 김종식 회장이 지난달 22일 국립중앙박물관에 요청한 천흥사 종 정보공개요청 문건. 박물관 측 답변 기한이 오는 7일로 돼 있다. 김종식 제공

조한필 천안·아산 선임기자
조한필 기자
chohp11@kukinews.com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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