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에 쫓기는 보험사 자산운용…“시장 혼란 키울 수 있다”

유동성에 쫓기는 보험사 자산운용…“시장 혼란 키울 수 있다”

기사승인 2025-01-03 13:19:49
보험연구원

금융위기 상황에서 보험사의 투자 전략에 따라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에 보험사에 적용되는 규제를 완화해 시장을 안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일 보험연구원 연구보고서를 보면 2004년 3분기부터 지난해 1분기까지 국내 52개 보험사의 금융자산 투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같은 결론이 나왔다. 보험사가 20년간 사고판 채권, 국채, 주식을 분석해 투자 전략을 확인한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보험사는 채권 등 금융시장에서 자산 가격 변화를 방어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 20년간 금리 변화와 보험사가 순매수한 금융자산의 양은 비례했다. 금리가 올라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 매수하고, 금리가 내려가 채권 가격이 오르면 매도하면서 자산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경기대응적 투자’를 한 것이다.

그런데 보험사는 2007년 금융위기, 2022년 코로나19 이후 금리 상승기 등 극단적 시장 상황에서만큼은 대응적 투자를 줄였다. 가격이 하락하는 자산인 채권을 대량 매도해 금리 변화와 반비례하는 ‘경기순응적 투자’를 한 것이다. 

연구원은 순응적 투자가 늘어난 이유로 단기적인 유동성 요구를 꼽았다. 금융위기 시기에는 보험계약자의 보험 해지가 증가한다. 자본 건전성 유지를 위해 채권 매도 압박을 받을 가능성도 크다. 보험사는 이에 시장 변동성을 줄이는 대응적 투자 대신 수익을 내는 순응적 투자를 하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금리 상승기 등 금융위기 상황에 보험사가 순응적 투자를 하면 시장 혼란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원은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대체로 대응적 투자 행태를 보이는 보험사에 맞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보험사가 보유한 주식의 가격 변화에 맞춰 요구 자본을 조정하는 등 유동성 규제를 완화하고,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유동성 공급 등 자금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금융안정계정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연구진은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해 자본 규제를 과도하게 완화하면 보험사 건전성 악화에 대한 선제적 조치가 늦어질 수 있다”면서 “보험계약자에 대한 지급여력을 충분히 유지하면서 경기 순응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동주 기자
park@kukinews.com
박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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