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시, 부통 신부가 그린 옛 안동예식장 벽화 50년 만에 공개

안동시, 부통 신부가 그린 옛 안동예식장 벽화 50년 만에 공개

기사승인 2025-01-07 08:50:28
앙드레 부통 신부가 그린 벽화. 안동시 제공

경북 안동시가 오는 8일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구 안동예식장 벽 속에 숨겨져 있던 벽화를 50년 만에 공개한다. 해당 벽화는 프랑스 베네딕도회 앙드레 부통 신부(Andre Bouton E1914~1980)가 1973년께 제작한 작품으로 한국 전통혼례를 그린 민속화다.

시에 따르면 부통 신부는 성화 중심의 작품 활동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벽화는 예식장에 그려진 민속화라는 점에서 예술적 희소성이 크다. 벽화는 리모델링 공사로 영원히 사라질 위기에 처했으나, 지난해 11월 내시경 확인 작업으로 발견됐고 이후 발굴 및 보존 작업이 진행됐다.

시는 학술연구를 통해 벽화의 예술적 가치와 부통 신부의 행적을 조명하며 경상북도 등록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 벽화를 활용한 문화콘텐츠 개발로 구도심 재생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방침이다.

안동시 도시재생지원센터 관계자는 “벽화는 희소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작품으로 지역 발전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1960년대 중반부터 70년대 중반까지 10여 년간 안동교구를 중심으로 전국의 성당이나 공소에 성화를 그려 선교활동을 펼쳐 온 앙드레 부통 신부의 작품은 중동, 유럽 등에서도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1914년 프랑스 지엥(Gien)에서 태어난 부통 신부는 1940년 사제품을 받았다. 이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예술을 통한 신앙 전파에 힘썼다. 그는 10여 년간 한국에 머물면서 한국인의 모습과 풍습을 작품에 담아내며, 한국 고유의 색채를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그의 작품에는 한복을 입은 성모 마리아나 한국 전통 복식을 한 예수 그리스도 등 한국적인 요소가 많이 반영되어 있다.

부통 신부는 프랑스 야수파의 영향을 받아 강렬한 색채와 자유로운 표현 기법을 사용했며, 그의 벽화는 당시 한국 교회 미술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그는 그림을 통해 복음을 전하고자 했으며, 언어의 장벽을 예술로 극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의 작품 중 일부는 시간이 지나면서 훼손되거나 사라졌지만, 최근 들어 그의 작품을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2020년 5월 대전 주교좌대흥동본당은 부통 신부의 벽화 8점을 복원해 총 10점을 보유 중이다. 아울러 대전교구 삽교본당은 2024년 6월 그의 제단화를 복원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부통 신부는 1970년대 중반 건강상의 문제로 한국을 떠나 일본을 거쳐 프랑스로 돌아갔으며, 1980년 선종했다.
권기웅 기자
zebo1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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