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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산모 6명 중 1명이 겪는 산후 출혈은 산모의 사망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분만 현장에서 의료기기 등을 통한 신속한 지혈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조금준 고려대학교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대한모체태아의학회 교육위원회 위원장)는 19일 한국오가논의 ‘제이다 시스템’ 출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2021년 기준 국내 모성 사망의 가장 큰 원인으로 산후 출혈 등을 포함한 분만 합병증이 꼽혔다”며 “현장에서는 실질적 출혈량을 확인하기 어렵고, 출혈의 지속 여부도 쉽게 판단할 수 없어 치료가 지연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산후 출혈은 현장 의료진의 빠른 판단과 적절한 의료 장비 활용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산후 출혈은 누적 혈액 손실이 1000mL 이상이거나 분만 후 24시간 안에 저혈량증 징후나 증상을 동반한 혈액 손실을 의미한다. 산후 출혈은 전 세계 6명의 산모 중 1명에서 발생하는 출산 합병증으로, 매년 약 7만명의 산모가 산후 출혈로 사망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조 교수는 “한 연구 결과, 중증 산후 출혈 환자에선 심혈관질환 발생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세계보건기구(WHO)는 산후 출혈 등으로 인한 모성 사망을 예방해야 한다는 아젠다를 발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후 출혈 치료법으로는 약물 처방이 가장 우선적으로 이뤄지며 이후 환자의 상태에 따라 양손압박법, 자궁풍선술, 자궁동맥 색전술, 자궁 적출술 등이 시행된다. 그러나 양손압박법은 통증을 유발하고 효과적으로 출혈을 멈추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또 자궁풍선술이나 자궁동맥색전술, 자궁적출술은 대형병원이 아니면 진행하기 어렵다.
최근 출시된 ‘제이다 시스템’의 경우 산후 출혈에 대응하는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제이다 시스템은 지난해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은 ‘음압 유도 출혈 조절 장치’로, 저수준의 음압을 활용해 효과적인 치료를 제공한다. 한국오가논이 임신 34주 이후 출산한 산모 중 자궁무력증이 있는 107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94%의 환자에서 3분(중앙값) 만에 출혈이 조절된 것으로 확인됐다.
조 교수는 “임상시험 중 중대한 이상반응은 없었고, 해당 기기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의사들이 만족감을 가졌다”며 “기존에 산후 출혈에 대한 치료 옵션이 적었던 만큼 신속하게 사용할 수 있는 치료법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고위험 산모가 있는 대학병원뿐만 아니라 큰 수술이나 시술이 어려운 분만병원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