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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유행 이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던 정신건강 관련 지표들이 모두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삶의 만족도는 4년 만에 하락세로 전환했고, 자살률도 9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코로나19 이후 경제난 심화 등 사회·경제적 요인이 누적된 결과로, 더욱 악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25일 통계청의 ‘국민 삶의 질 2024’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한국인의 삶 만족도는 6.4점으로, 전년보다 0.1점 하락했다. 삶의 만족도는 객관적 삶의 조건에 대한 주관적 만족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로, 0점~10점으로 측정한다.
삶의 만족도는 코로나19 유행 시기보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5.7점에서 지속적으로 상승곡선을 그리다 2019년 6.0점으로 소폭 하락했다. 2021년에는 6.3점까지 올라섰지만 2023년엔 4년 만에 다시 하락세로 전환한 것이다.
삶의 만족도는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연령이 높을수록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소득이 100만원 미만인 가구의 삶의 만족도는 5.7점으로 평균보다 0.7점 낮았다. 소득이 100만∼200만원 미만인 가구는 6.1점, 200만∼300만원 미만인 가구는 6.2점이었다. 반면 소득이 600만원 이상인 가구의 만족도는 6.6점으로 평균을 상회했다. 연령별로도 19∼29세와 30∼39세는 6.5점을, 40∼49세는 6.6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고령층인 50∼59세와 60세 이상은 각각 6.4점, 6.2점으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자살률도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022년 25.2명에서 2023년 27.3명으로 상승했다. 2011년 31.7명에서 2017년 24.3명까지 떨어졌으나, 2023년 비교적 큰 폭으로 오르며 9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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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는 하위권이며, 자살률은 가장 높다. 세계행복보고서의 국제 비교 결과를 보면, 한국인 삶의 만족도 점수는 38개국 중 33위였다. 한국인은 2021∼2023년 6.06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6.69점보다 0.63점 낮았다. 자살률도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2000년 이후 OECD 국가의 자살률은 대부분 하락 추세다. 당시 자살률이 높았던 라트비아, 헝가리, 에스토니아, 핀란드 등은 자살률이 떨어지며 현재 15명 미만을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는 코로나19 이후에도 사회·경제적 요인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누적되면서 정신건강 관련 지표가 악화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이번 조사 결과, 양극화도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1~3분위 중·저소득층의 가구 순자산은 전년보다 모두 감소한 반면, 소득이 많은 4~5분위는 자산이 증가했다.
김동욱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장은 25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 유행 시기 억제된 환경에서 벗어나면 정신건강 관련 지표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엔데믹 이후에도 사회·경제적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서 스트레스가 누적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앞으로도 더 지속되거나, 지표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도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경제 위기가 자살률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분석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0월 코로나19 유행 이후 오히려 자살률이 증가한 이유에 대해 “사회적 고립 및 경제난 심화 등 코로나19가 남긴 후유증이 본격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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