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정부지 치솟는 공사비에 대형 건설사들도 선별 수주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서울 주요 도심권도 유찰되는 사례가 반복되며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공사비 1조7000억원으로 추정되는 서울 송파구 잠실우성1·2·3차의 시공사 선정이 유찰됐다. 재건축 최대어로 꼽힌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보다 1000억원 높은 공사비임에도 GS건설이 단독 응찰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입찰에 참여한 시공사가 한 곳 이하일 경우 경쟁이 성립하지 않아 자동 유찰된다.
업계는 잠실 우성아파트 수주전을 삼성물산과 GS건설의 2파전을 전망했다. 실제 수주가 유력했던 삼성물산은 최종적으로 입찰에 나서지 않았다. 해당 사업지는 GS건설이 장시간 공들여온 곳이라 무리한 수주전을 피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양사는 2015년 서초무지개 재건축(서초그랑자이)에서 맞붙은 바 있다. 당시에는 GS건설이 시공권을 확보했다.
실제 최근 정비업계에서는 시공사의 단독 응찰 혹은 무응찰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재건축 노른자땅으로 꼽히는 강남권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달 22일 서울 송파구 대림가락아파트 재건축도 삼성물산이 단독으로 참여해 수의계약으로 전환됐다. 대림가락 재건축사업 규모는 869가구. 사업비 4544억원이다.
송파구 가락1차현대아파트도 2차 입찰 공고를 냈다. 1차 입찰 시 롯데건설만 제안서를 제출해 유찰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송파구에서는 잠실우성4차(DL이앤씨), 가락삼익맨숀(현대건설), 삼환가락(GS건설) 재건축 시공사 선정이 단독 입찰에 따른 수의계약으로 진행됐다.
주택정비 사업 지연은 주택공급 부족 우려도 불러온다. 수도권은 주택 공급 물량 중 30%가 정비사업으로 공급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대표는 “서울과 수도권은 공급 부족 이슈가 지속되는 지역이나 전반적으로 크게 개발할 수 없는 상황이라 공급 부족 이슈가 반복되고 있다”며 “공급이 부족은 집값 상승을 야기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가 어렵다보니 건설사들도 선별 수주를 하려는 경향이 강해 이같은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 내다봤다.
정부는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재건축 특례법 등을 제정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1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입법을 예고했다. 이는 지난해 1월 주택공급 확대·건설경기 보완방안과 8월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따라 개정된 도시정비법 위임사항을 정하기 위한 조치다.
개정안은 우선 지자체가 재건축진단 실시 여부를 자체 판단했던 현지조사 절차가 법률 개정으로 폐지됨에 따라, 앞으로 재건축진단을 요청받은 지자체는 현지조사 없이 30일 이내에 재건축진단 실시계획을 통보하도록 규정했다. 토지 등 소유자에게 분양 내용을 통지하는 기한은 기존 120일에서 90일로 단축된다. 재건축 절차 간소화가 핵심이다.
다만, 업계는 정비사업 수주 핵심은 ‘공사비’라는 입장이다. 실제 공사비가 급등해 수주 후에도 조합과 시공사의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갈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공사비 지수는 2020년 이후 30% 가까이 급등했다. 2020년을 기준으로 100이었던 공사비지수는 2021년 117.37, 2022년 125.33 상승한 후 지난해 9월 130.4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공사비 검증 건수는 36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실제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원자잿값, 금리, 공사비 다 상승하는데 조합이 제시하는 사업비는 이를 따라오지 못한다”고 귀띔했다. 이어 “설계안 제안 등도 다 돈이 투입되기 때문에 수주가 유력하거나 조합과 건설사 모두 이득이 있는 곳을 선별 수주하게 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