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산고분군의 살구나무와 벚나무에 핀 꽃이 아름다워 바라보다가 그 아래 화사한 얼굴들에 더 오래 마음이 머문다.

“고분군과 벚꽃이 어우러진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요” 대구에서 왔다는 베트남 유학생 방응욱뀐(27), 레티튀짱(28)씨는 지난달 31일 오후 함안박물관 인근에 있는 ‘나홀로 벚나무’ 앞에서 각자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풍경사진이 예뻐서 함안을 처음 찾았다는 이들은 실제로 보니 더 아름답다고 했다.
지난 주말에는 커플티를 입은 연인부터 아이와 함께 온 가족들, 삼각대를 놓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벚나무 한 그루에 이처럼 사람들이 몰리는 건 아마도 1500여 년의 역사를 품은 고분군과의 조화로움 때문일 것이다.
고분군을 걷다 보면 노란 민들레, 손톱만큼 작은 봄까치풀이 가득해 자주 걸음을 멈추게 된다. 말이산고분군 북쪽 일원에 있는 말이산 1호분 옆에도 꽃이 아름다운 살구나무 한 그루가 있다.

가야읍 해동아파트 건너편 길로 조금만 올라가면 보인다. 사진만 찍고 지나치지 말고 나무 아래로 가 잠시 머물러 보자. 넓게 펼쳐진 꽃가지들이 바람결 따라 흔들릴 때마다 사람을 토닥이는 위로의 손길 같다.
말이산고분군을 둘러보고 인근 아라길을 걸어본다. 봄에는 더 활기가 넘치는 가야오일장은 매달 5, 0이 들어있는 날(31일이 있는 달은 30일 대신 31일)에 열린다. 봄나물과 생선, 과일도 있고, 봄마중 나온 알록달록한 작은화분들도 시선을 끈다. 걷다 보면 전 굽는 냄새가 풍기고, 어묵과 호떡 등 다양한 먹거리도 많아 간단히 먹고 걷기에 좋다.
아이는 두 손 가득 옥수수를 쥐고 먹느라 정신없고, 옆에서 엄마가 천원 몇 개를 꺼내는 모습도 보인다. 평일 오후에는 학교를 마치고 교복 입은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꽈배기와 사라다빵 사이에서 고민하는 동안, 도넛 아저씨의 손이 분주하고 “학생에게는 하나 더 줘야지요”하며 환한 웃음을 지어보인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시장에서 맛보는 먹거리에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아라길에는 자전거 ‘아라씽씽’을 대여하는 곳도 있어 봄바람을 느끼며 잠시 자전거를 타고 아라길을 달려보아도 좋겠다.
함안 칠서면 에이스아파트 근처에는 칠원천을 따라 벚꽃으로 엮은 듯 아름다운 길이 있다. 나무데크가 있어 걷기에도 좋다. 이곳을 방문한 이들은 ‘나만 알고 싶은 경남의 벚꽃길’이라 입을 모아 말한다. 다른 벚꽃 명소 보다 비교적 덜 알려져 ‘인생사진’을 남기기 좋다는 이유다.
지난달 31일 오전, 이른 오전부터 유모차를 밀며 벚꽃을 구경하는 할머니도 어린이집에서 나온 아이들도 보인다. 칠서 IC와도 가까워 다른 지역에서 접근성도 좋다. 벚꽃길을 걷고, 맛있는 식사와 커피 한잔까지 더하면 완벽한 하루가 될 것이다. 함안군청 문화관광 누리집과 함안군 블로그에는 ‘함안의 맛집’, ‘멋집(카페)’ 정보가 있으니 참고해도 좋다.

산인면의 입곡군립공원 역시 저수지를 따라 핀 벚꽃길이 아름답다. 함안의 다른 명소보다 봄이 조금 늦게 도착해 1일 기준 벚꽃이 40% 정도 개화했지만 벌써 많은 이들이 이곳을 방문하며 활기를 띤다.
“영원히, 말고/잠깐 머무는 것에 대해 생각해/전화가 오면 수화기에 대고/좋은 사람이랑 같이 있다고 자랑해/그 순간은 영원하지 않을 테니까/지금 자랑해” 이원하, ‘환기 시킬수록 쌓이는 것들에 대하여’ 중에서
우리에게 몇 번의 봄이 남아있을까 생각하면, 이 봄도 영원하지 않는다는 걸 금방 깨닫게 된다. 올 봄에는 함안을 걸어보자. 당신에게 빛나는 봄 한 조각을 선물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