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2일부터 5800개의 동네 마트·슈퍼마켓에서 신한카드 결제가 안 된다. 카드사의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에 한국마트협회가 집단행동에 나섰다.
한국마트협회는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카드사의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협회는 “카드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수료율(2.3%)을 통보한 신한카드를 상대로 법인카드와 주거래 은행 전환을 추진하고 가맹점 해지를 포함한 신한카드 거부 운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회에는 동네 대형마트 5800여 곳이 가입돼있다.
마트협회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478개 마트협회 회원사에 평균 2.28%의 수수료율을 제시했다. 이전보다 평균 0.26%P 높은 수치다. 나머지 카드사들은 평균 2.08∼2.25% 수수료율을 제시했다. 인상 폭은 0.02∼0.10%P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협회는 “어떤 상품이건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 거래조건과 가격 협상은 필수적인데 유독 카드 수수료만 금융위원회의 의무수납제 하에 놓여있다”면서 “카드사들이 올해 결제 수수료 인하 이후 영세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인하 부담을 대형마트 같은 일반 가맹점에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성민 한국마트협회 회장은 “지난 2018년 금융위 앞에서 45일간 노숙 농성을 하면서 700만 자영업자들의 수수료 인하를 이끌었지만 카드사들은 또다시 일반가맹점의 수수료를 최대수수료율까지 인상해 수수료는 원위치로 돌아갔다”면서 “코로나19로 어려운 이 시기에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18시간 노동하며 버티고 있는 동네 마트, 슈퍼마켓의 수익을 카드사들이 뺏어가 자기 배를 불리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인상을 통보한 것도 지적했다. 홍춘호 한국마트협회 이사는 “카드사 수수료 관련 공문에 적힌 번호로 연락하면 콜센터로 연결돼 문제 제기도 할 수 없다”면서 “금융위에서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 TF팀을 만들었는데 우리는 참석 대상도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금융위원회는 3년마다 반복되는 카드사와 가맹점 간의 수수료율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4일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 TF를 출범시켰다. TF는 오는 10월 말까지 제도개선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협회는 카드 수수료율을 산정하는 금융당국에서 협상권을 조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이사는 “금융당국은 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하면서도 일반가맹점에 어떤 구체적인 협상권을 보장하지 않았다”며 “사업자단체에 협상을 허용하는 방안 등 실질적 협상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3월 중순까지 모든 회원사가 신한카드 가맹점을 해지할 방침이다. 이뿐만 아니라 법인카드 및 주거래 은행 전환 등 신한금융과의 모든 금융거래를 중단한다. 또한 한국마트협회를 시작으로 일반가맹점 전체 업종으로 확대해 나아갈 계획이다.
이에 신한카드는 적격비용을 반영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전체 가맹점 중 약 90% 정도가 영세·중소가맹점으로 분류돼 1.5% 이하의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다”면서 “인상되는 가맹점은 극소수 수준으로 미미하며 이 또한 적격비용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업계는 수수료 재협상 때마다 가맹점들과 충돌이 있었던 만큼 올해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9년 현대자동차, 쌍용자동차, 이동통신사, 대형마트 등과 수수료율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 이로 인해 카드 결제 거부, 협상 장기간 지연 등이 발생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수수료율 재산정 때마다 이런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수수료율을 시장 논리에 따라 자율에 맡겨야 하는데 당국에서 정하다 보니 한쪽에서 반박할 수밖에 없는 수수료율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