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지만 괜찮아…그 뒤에 ‘특별한’ 가족이 있으니까

자폐지만 괜찮아…그 뒤에 ‘특별한’ 가족이 있으니까

[특별한 거북이 가족 이야기] ①장애를 이기는 마음가짐
자폐 진단에 큰 충격…‘수용’ ‘주변 도움’으로 극복 중

기사승인 2022-03-29 16:33:48
자폐성 장애가 있는 도훈이는 어린시절부터 초등학교 통합교육을 위해 착석하는 법을 배웠다. 반복학습 끝에 현재는 한 시간 이상 자리에 앉아 어렵지 않게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됐다. 사진=김윤정·김학인씨 

“도망가고 싶었습니다. 심각한 생각도 했고 한참을 인정하지 못해 헤매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출산을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때문일까요. 자책하고, 또 자책했습니다”

8년 전 생후 36개월이던 도훈이 엄마와 아빠의 눈에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도훈이 아빠에게 한때 우울증 약이 필요했을 정도로 힘든 순간이었다. 쌍둥이 중 첫째 도훈이가 자폐성 발달장애라는 사실을 안 순간부터 시작됐다. 

끝이 어딘지 보이지 않는 치료 과정은 부모의 어깨를 짓눌렀다. 아이의 과잉·과소 행동, 집착에 마음은 병들어갔다. 자폐성 발달장애아에 대한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고 사회의 시선은 따가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으로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자폐성 발달장애 2급 아이와 고군분투하는 ‘조금 특별한 거북이 가족’의 이야기다. 


자폐성 발달장애아의 가족이 된다는 건


올해 도훈이는 초등학교 4학년이 됐다. 자폐성 장애가 있는 도훈이가 비장애 친구들과 일반 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을 수 있기까지는 도훈이의 노력과 가족의 헌신이 있었다.

발달장애인의 가족으로 살아가며 막막한 시기도 있었다. 아이를 장애를 받아들이지 못해 부부는 많이도 싸웠다고 한다.   

실제 많은 부모가 아이의 자폐 진단 이후 충격과 우울감을 호소한다. 느린 아이를 둔 부모들이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에는 “왜 하필 내 아이가” “마음이 답답하다” “내 탓 같아서 너무 힘들다” 등의 글이 쏟아진다.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는 글도 상당수다. 

도훈이 가족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로 ‘수용’을 꼽는다. 

도훈이 엄마이자 ‘도훈아, 학교가자!’ 저자인 김윤정씨는 “(자폐 진단을 받으면) 엄마들이 조급해진다. 아이를 자꾸 닦달하게 되고 안 좋은 점만 보이더라”라며 “‘얘 때문에 내가 너무 힘들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런 감정은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해진다. 장애가 있다고 해서 감정까지 없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워킹맘인 윤정씨를 대신해 사실상 주양육자인 시어머니의 역할이 컸다. 도훈이에 무한 사랑을 주는 시어머니는 늘 “느리지만 크고 있어”라고 말씀하신다고. 

도훈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시어머니의 모습은 가족 구성원 모두를 변화시켰다. 흔들리는 부모의 중심을 잡게 했고, 앞으로의 치료 과정과 치료비 등에 관한 계획을 세웠다. 비장애 동생에겐 도훈이가 속도의 차이만 있을 뿐 똑같이 성장하는 중이라는 걸 이해하게 했다.  


자폐 치료는 오래달리기…과도한 희생 없어야


윤정씨가 일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도 도움이 됐다. 

자폐성 발달장애아의 경우 치료센터를 여러 곳 다니는 경우가 많다. 부모들 사이에서 입소문난 곳은 선생님의 스케줄에 맞춰 이동해야 한다. 대기조같은 일상 때문에 자연스럽게 엄마가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가 대다수다. 

윤정씨는 처음 도훈이를 담당한 A병원 선생님의 말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이 선생님은 윤정씨에게 “자폐증은 장기전이다. 처음부터 아이에게 너무 쏟아붓고 맞춰살다보면 나중엔 다 지친다”며 “오래 달리기라고 생각하고 엄마 아빠의 삶을 바꾸지 말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치료비도 부담이다.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치료, 돌봄 등을 이유로 월 300만원 이상이 나갔다. 발달재활서비스 바우처로 당시 십여만원 수준의 정부 지원을 받았지만 부족한 게 현실이었다. 사설기관보다 저렴한 공공의료기관을 선택했음에도 부담스러운 비용이었다. 하지만 초등 입학 전까지 하루하루가 아까운 부모 입장에선 치료 수업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해보는 데까지 해보자’는 마음이 컸다.

윤정·학인씨는 아이가 자립해 혼자 설 수 있도록 많은 시도를 하고 있다. 또래보다 수준은 낮지만 학습지를 꾸준히 시키는 것도, 어린이집·유치원·초등학교까지 비장애 친구들과 통합교육을 시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잘 따라와 준 도훈이의 노력도 컸다. 


“자폐지만 불행한 건 아니에요”


특별한 거북이 가족은 도훈이가 홀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지금도 많은 도전을 하고 있다. 

윤정씨는 느리지만 특별한 아이를 키우는 엄마아빠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모든 부모는 아이를 자신보다 나은 사람으로 키우고 싶을 것 같아요. 아이가 장애 진단을 받으면 (기대가) 꺾이고 의기소침한 마음이 들 수 있어요. ‘나만 힘든 것 같다’ ‘나만 희망이 안 보이는 것 같다’고요”

“이런 생각에서 벗어나려면 움츠러들지 말고 밖으로 나오세요. 저도 솔직히 100% 밖으로 나오지 못했어요. 힘든 일이죠. 하지만 이렇게 밖으로 나오고 (가족을 위해) 뭔가를 하려고 시도하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우리와 조금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아이지만 행복하게 자라며 조금씩 성장하고 있으니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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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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