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악의 ‘미분양 무덤’에 갇힌 대구의 손꼽히는 요지에 자리한 아파트 단지에서 1억 원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분양가보다 낮은 가격)’ 매물이 등장했다.
1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따르면 지난 5일 대구 달서구 감삼동 A아파트 전용면적 104㎡ 타입이 5억2900만 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 2019년 분양가 6억 1900~6억 3900만 원보다 1억 원가량 싼 가격이다.지역 부동산 시장에서는 분양가보다 500~7000만 원 저렴한 수준의 마피 물건은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마피 1억 원은 지난해부터 부동산 침체기에 빠진 대구에 처음 마피 물건이 등장한 이후 최대 할인폭이다.
달서구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공급이 몰리면서 집값이 더 떨어지기 전에 급하게 분양권을 처분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면서 “브랜드 아파트를 중심으로 ‘묻지마식 청약’ 분양을 받아놓고 잔금을 치르지 못하는 가구도 상당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마피 물량이 쏟아지는 건 ‘폭탄공급’으로 인해 공급이 수요를 앞질렀기 때문이다. 여기에 물가 상승, 금리 인상 등 경제 여건 악화로 매수심리가 위축된 것도 요인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대구지역 아파트는 2020년 1만 3660가구, 2021년 1만 6904가구가 공급된데 이어 올해 1만 9812가구, 2023년 3만 3752가구, 2024년 2만 804가구가 입주 물량으로 풀린다.
앞으로 전망도 밝지 않다.
부동산업계는 쏟아지는 공급 물량과 지속되는 금리 상승, DSR 3단계 시행으로 인한 대출 규제 강화가 맞물려 당분간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는 대구 지역 아파트 매매가가 지난해 11월부터 이달 첫째 주까지 34주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의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의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 해제에도 아파트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며 “수요 회복을 위해 대출 규제나 세 부담이 완화되지 않는 이상은 하락 추세를 멈추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대구=최태욱 기자 tasigi72@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