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마른 소아과·지방 의사… ‘공공의대 설립법’ 대안으로 부상

씨 마른 소아과·지방 의사… ‘공공의대 설립법’ 대안으로 부상

강은미 의원, 공공의대 설립법 발의 앞서 공청회 개최
지방 의대 졸업한 의사 52.3%는 수도권서 근무
10년 의무복무 전제로 입학… “불이행 시 의사면허 취소 검토”

기사승인 2023-06-01 17:00:17
소아 환자 진료 모습.   사진=박효상 기자

지난달 30일 경기 용인시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70대 환자가 약 2시간 동안 구급차를 타고 진료해줄 병원을 찾아 12곳을 전전하다가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지난 3월에도 대구에서 10대 청소년 환자가 구급차를 타고 병원 응급실을 헤매다 응급치료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했다. 지난해엔 무려 2700병상이 넘는 서울아산병원에 뇌수술 집도의가 없어 간호사가 뇌출혈로 숨졌다.

의료현장 곳곳에서 경고음이 켜졌다. 정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의대 증원’에 팔을 걷고 나섰다. 그러나 해법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무작정 의사 수만 늘려선 수도권 쏠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과 기피 현상이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의료계 중론이다. 

이에 공공보건의료 업무에 10년간 의무복무하는 것을 전제로 입학 지원을 받는 ‘공공의대’ 설립이 하나의 타개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의당은 1일 국회 본청에서 의사수 부족 현장 사례발표 및 공공의대 설치법 공청회를 열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공공의대 설립 관련 법안 발의에 앞서 의료단체 등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강 의원이 준비 중인 ‘공공의과대학 및 공공의학전문대학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공의대와 공공의학전문대학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다. 공공의대를 졸업 후 의사가 되면 지정된 공공의료 기관에서 10년 간 의무복무해야 한다.

공청회 참석자들은 공공의대 설립이 공공·필수의료를 강화하는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임준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원장은 “지역별 의과대학·의전원 정원을 보면, 지역 인구에 비해 크게 적은 수준은 아니다. 강원도의 의대 정원은 268명”이라면서도 “문제는 이들이 출신 대학 소재 지역을 벗어난다는 점이다. 지방의 경우 대학 소재지에서 근무하는 의사는 2020년 기준 24%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세종시와 전라남도는 의과대학이 없다. 지역 의대를 졸업한 의사 절반 이상인 52.3%가 졸업 후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편중을 해결하기 위해선 지역에 공공의대를 설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단순히 지역의 보건의료 인력 확충 차원에서 의사를 양성할 것이 아니라 지역의 필수 보건의료를 담당하면서 지역의 공공보건의료 역량을 제고할 의사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진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도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은 필요한 정책일 순 있지만 배출된 의사의 비필수과목과 수도권 쏠림 문제는 답습될 수밖에 없다”면서 “공공의대 신설은 이런 한계를 넘어서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국가가 의사의 양성과 배치를 책임진다는 적극적 의미가 있는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1일 국회 본청에서 의사수 부족 현장 사례발표 및 공공의대 설치법 공청회를 열었다.   사진=김은빈 기자

의무복무를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의무복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장학금 등의 지원금을 포함한 투입된 비용의 2배에 해당하는 배상금을 청구하는 방안은 공중보건장학제도의 실패를 반복할 우려가 크다”며 “의무복무 불이행 시 의사면허를 취소하는 강력한 조치를 마련해 공공의대 과정이 의사면허 취득을 위한 편법적 루트가 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들의 반발은 넘어야 할 산이다. 대한의사협회는 공공의대와 지역의무복무에 대해 직업선택 수행의 자유와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해왔다.

당장의 인력난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공공의과대학·의전원을 신설하고 의사 인력을 양성, 배출하는 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탓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소규모 의대 증원 등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김주경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은 “정원 40~50명인 소규모 의대 정원 증원을 병행해 당면한 의사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또 전공의들이 지원을 기피하는 필수의료 전공과목에 대한 의료 수가를 조정하는 유인책, 의료인간 업무범위 위임·조정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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