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멸 넘어 붕괴”…관광지는 지금 전쟁터 [지방 소생 보고서③]

“지방 소멸 넘어 붕괴”…관광지는 지금 전쟁터 [지방 소생 보고서③]

지난해 17개 시도 지자체 중 12곳, 코로나19 이전보다 관광객 감소
지방 관광보다 대도심 인근 대형 카페 선호

기사승인 2023-09-13 06:00:35

국내 관광의 의미가 달라졌습니다. 경제 활성화뿐 아니라, 죽어가는 지역을 살리는 중요한 열쇠가 됐습니다. 지방 관광의 민낯을 내국인과 외국인의 시선으로 들여다보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짚어봤습니다. [편집자주]

지난 1일 경기 파주 마장호수공원에서 안내 지도를 살펴보는 시민.   사진=임지혜 기자 

지금 지방엔 ‘사람’이 필요하다. 이대로라면 지역 소멸을 넘어 도미노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주기적으로 지방에 가는 생활인구, 특히 관광객을 늘리는 일이 지방의 미래를 위한 주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주인구 줄어든다
관광객 유치 사활 거는 지방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역대 가장 낮은 0.78명을 기록하며 인구 감소가 가시화되고 있다. 통계청의 ‘6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 6월 사망자수가 출생아수를 웃돌며 8250명이 자연 감소했다. 지난 2019년 11월 이후 44개월째 감소세다. 특히 세종(105명)을 제외한 모든 시도에서 자연 감소했다. 전국 250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인구감소·관심 지역은 107곳(42.8%)에 달한다.

전국에서 인구를 늘리려는 다양한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출산율을 높이는 정책은 많은 예산이 들고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 어렵다. 당장은 인구 증가보다 유지가 우선 과제이기도 하다. 이에 지방 지자체들은 생활인구에 주목한다. 지역에 터전을 두는 정주인구보다 통근, 통학, 관광 등으로 주기적으로 해당 지역을 찾는 생활인구가 유입될수록, 지역은 활력을 되찾고 일자리 창출 등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국 인구 감소 현황. 한국관광공사. 그래픽=이승렬 디자이너

특히 지방에선 관광객 모시기에 힘쓴다. 관광객 1명이 지역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다.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따르면 인구감소지역인 경북 영천시의 정주 인구 1명이 유출됐을 때 관광객 92명이 1박2일로 영천시에 오면 지역 경제가 그대로 유지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마다 출렁다리나 수목원 등 각종 관광 시설을 지으며 관광지를 확대하는 이유다.

쿠키뉴스가 최근 5년간 전국 17개 시·도의 주요 관광지 입장객수 변화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기준 3곳(서울·광주·울산)을 제외한 나머지 14곳에서 2018년보다 주요 관광지 개수가 늘었다. 하지만, 5년 동안 관광객수가 늘어난 지역은 5곳뿐이었다. 관광지를 5곳에서 14곳으로 크게 늘린 세종은 2018년 관광지 입장객수 58만명에서 지난해 165만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44.4% 늘어난 대전을 비롯해 대구(18.0%)와 전남(10.7%), 충북(7.5%)도 입장객수가 증가했다. 반면 제주와 부산은 같은 기간 주요 관광지 입장객수가 각각 29.3%, 27.1% 감소했다. 

세종시 관광개발 관계자는 관광객수 증가에 2020년 10월 개관한 국립세종수목원의 역할이 컸다고 분석한다. 이 관계자는 “요즘 수목원을 좋아하는 분들도 많고 사시사철 찾을 수 있다는 점도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면서 최근엔 지역 축제에도 힘을 싣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지난달 말 치맥축제를 개최한 대구시 관광과 관계자도 “관광지가 활성화되면 숙박, 식당, 상점 등이 늘어나고 일자리가 생기는 효과가 있다”라며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기 때문에 각 지자체에서 관광지 개발을 계속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파주시 마장호수 출렁다리.   사진=임지혜 기자

‘복붙’ 지역 관광지

관광객 발길 멀어진다

각 지자체들의 노력에도 지역 특색을 담은 관광지는 현저히 부족하다. 지역 관광 개발 연구에 오랜 기간 참여해온 이정섭 경기대 관광개발학 박사는 “새로움은 마모되는 경험이지만, 신기함은 한 번의 경험으로 채워질 수 있다”라며 “출렁다리 효과가 단기간에 그치는 이유는 한 번 경험하면 두 번 방문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금까지 출렁다리 개장 효과는 ‘최장’ 타이틀 경쟁에 기반했지만, 후속되는 출렁다리에 의해 깨질 수밖에 없는 기록이다”라며 “개장 효과를 본 이후, 새로운 관광객을 유치할 프로그램과 시설이 연속돼야 효과가 지속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방 관광지에 대한 정보 접근도 어렵다. 올해 전남 여수시로 여수 출신 지인과 여름휴가를 다녀온 이모(38)씨는 2년 전에 혼자 왔을 때는 알지 못했던 다양한 관광지를 방문했다. 이씨는 “이전엔 유명 관광지만 가서 사람 구경만 하고 왔는데, 현지 지인과 여행하니 몰랐던 숨은 관광지도 많고 할 것이 많았다”라며 “지자체의 관광지 홍보가 틀에 박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칸나 무라모토(28·일본)씨는 여행 경험이 있는 서울, 제주, 부산을 제외하곤 다른 지역에 대해 알지 못한다. 칸나씨는 “음식, 화장품, 미용실, 멋진 풍경 등 한국은 볼게 많다”면서도 “(다녀온 곳을 제외하고는) 전혀 알지 못해 가볼 생각을 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경기 김포시 한 식물 카페.   사진=박효상 기자

지방 관광지에 대한 부족한 정보는 관광객의 관심을 떨어뜨렸다. 쿠키뉴스가 데이터 플랫폼 옥소폴리틱스에 의뢰해 지난 2~4일 성인 13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54.2%)이 ‘지방 관광지가 지역 특색을 담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지역 특색을 담았다’는 응답은 20.3%, ‘모르겠다’는 응답은 25.5%였다.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인 54.3%는 ‘지방 관광지를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지방 관광지에 대한 관심과 정보 부족은 해외여행 선호로 이어진다. 이번 조사에서 4명 중 1명(31%)은 다음달 황금연휴에 국내가 아닌 해외여행을 떠나겠다고 답했다.

관광의 의미가 이전과 달라진 점도 지방 관광지를 향한 발길이 줄어든 데 영향을 미쳤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교 겸임교수는 “최근엔 지방에 관광을 가는 대신, 대도심 근교 대형 카페에 많이 간다”라며 “과거 관광이 시간을 내서 멀리 가는 걸 의미했다면, 최근엔 여행이 일상화되면서 피크닉 즐기듯 잠깐 즐기는 것으로 의미가 변했다”고 말했다. 이는 대도심권 관광에 쏠림 현상이 생기고 있는 결과로 나타났다. 정 교수는 “지역은 로컬 콘텐츠로 차별화할 수 있는 관광 요소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국 17개 시도 지자체 주요 관광지 입장객 변화.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지식정보시스템 주요관광지점 입장객 자료 참고.   그래픽=이승렬 디자이너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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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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