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상보다 빈번한 투약오류…“체계적 관리 필요”

낙상보다 빈번한 투약오류…“체계적 관리 필요”

지난해 약물사고 6412건, 낙상 5745건 제쳐
“항암제·마취제 등 고위험약 많아 환자 생명 직결”

기사승인 2023-10-09 06:00:06
쿠키뉴스 자료사진


의료기관 내 약물사고 건수가 환자안전사고 1위였던 낙상 발생 수를 넘어섰다. 투약오류를 비롯한 약물사고는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체계적 예방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정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의료기관평가인증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환자안전사고 발생 건수는 지난 2018년 3864건에서 2022년 1만4820건으로 5년 사이에 60% 증가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1만934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환자가 안전사고로 인해 사망한 사례도 2018년 95건에서 2022년 141건으로 5년 사이 48.4% 높아진 상황이다.

보고사례 중에서도 매년 발생률 1위를 차지하던 낙상을 제치고 지난해부터는 약물사고가 최다 발생 원인으로 자리했다. 낙상사고는 2021년 6199건에서 2022년 5745건으로 줄었지만 약물사고는 2018년부터 매년 늘었다. 특히 2021년 4198건에서 2022년 6412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약물로 인한 환자안전사고는 5777건이다. 낙상사고는 3391건이었다.


최근 5년간 사고종류별 환자안전사고 보고 현황. 한정애 의원실


전문가는 약물 관련 사고가 낙상보다 많이 일어나는 것을 당연한 수순이라고 봤다. 구홍모 중앙환자안전센터장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실제 약물사고는 조제, 투약, 검사 등 의료현장 전반에서 일어난다”면서 “주로 입원환자에 국한된 낙상보다 발생할 확률이 훨씬 높다”고 설명했다. 

구 센터장은 “낙상은 좁은 범위에서 대책을 찾고 방안을 마련하면 되지만, 약물사고는 광범위한 분야에서 병원마다 다른 맞춤 방지책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관리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약물사고는 낙상에 비해 의료진의 법적 책임이 커 보고 시스템이 생기더라도 초반에는 드러나지 않는다”며 “익명이 보장된다는 걸 인지하면 발생률이 뒤바뀐다. 앞서 시스템을 도입한 선진국들은 시행 10년 만에 낙상보다 약물사고 보고가 많아지는 경향을 보였다”고 했다. 

구 센터장은 국내에서도 안전에 대한 의료진의 인식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지만, 약물사고가 생명과 직결돼 환자에게 주는 위해 정도가 큰 만큼 체계적인 관리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환자의 인식 제고도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그는 “항암제, 마취제, 마약 등 고위험약물이 많은 상태에서 사건이 발생하면 환자가 사망까지 이를 수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면서 “환자도 자신의 처방전이 바뀌지 않았는지, 평상 시 먹는 약과 다르지 않은지, 어떤 주사제를 맞게 되는 건지 등을 확인하고 물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 센터장은 투약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IT·의료기기 연구개발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구 센터장은 “약물 속도를 조절하는 인슐린 펌프 관련 사고들이 종종 일어나는데, 이는 병원마다 다른 기기와 방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의료기기나 IT기술 교육도 중요하지만 쉽고 정확하게 사용 가능한 기기를 개발하는 것도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정애 의원도 “과거에 비해 사고에 대한 인식은 높아졌지만 증가율이 급속도로 늘고 있어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자안전사고 대책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며, 중증·사망에 이르는 사고들은 그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 근본적 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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