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급 의무화 추진에…장애학생 학부모 “내실화부터”

특수학급 의무화 추진에…장애학생 학부모 “내실화부터”

특수교육 대상 학생 11만명 육박..일반학교 진학 73.3%
조희연 서울교육 “공·사립학교에 특수학급 의무화 바람직”
“개수 확대 앞서 기존 특수아동 교육의 질 높여야”
경기도 전일제 ‘복합특수학급’ 도입 고려도

기사승인 2024-04-24 14:00:21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5일 서울 마포구 우리마포어린이집에서 열린 ‘장애아전문어린이집 현장 방문 및 간담회’에서 원아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유민지 기자

“국공립 일반학교 내 특수학급에서조차 여전히 특수아동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지 않았는데, 사립학교 특수학급을 늘리는 게 가능할까요.”

서울시교육청이 관내 사립학교 특수학급 설치 의무화를 추진한다. 지적장애·지적장애 등으로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들에겐 반가운 소식이지만 학부모들은 특수학급보다 특수학교 신설을, 특수교육의 내실화를 갖추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중증 자폐 자녀를 키우는 조모(45)는 24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사립학교에서 과연 우리 아이를 반길까”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조씨의 자녀는 올해 일반 중학교 특수학급에 입학했다.

조씨는 “학교에서 장애 학생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은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 우리 아이들이 마치 범죄자나 전염병을 옮기는 것처럼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더라”라며 “지금도 학교 통합교육에서 사실상 방치된 아이들이 많다. 특수학교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일반학교 특수학급에 갔는데, 그만큼 장애 학생에 대한 배려나 개별화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장애 자녀를 둔 박모씨도 “(특수학급) 개수 확대에 앞서 기존 특수아동 교육의 질(내실화)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조 교육감은 지난 18일 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장애인의 날을 계기로 서울의 모든 공·사립학교에 특수학급이 필요한 경우 의무적으로 만드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며 “수요조사를 통해 개설 요구가 있으면 예외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특수학급은 필요할 경우 교육청이 개별 학교에 개설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설치된다. 학교가 원하지 않으면 교육청은 이를 강제할 수 없다. 조 교육감은 “조례에 강제 조항을 넣거나 사립학교의 재정결함보조금에 벌칙 조항을 넣는 등 다양한 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의정부교육지원청, 금오중 복합특수학급 설치 현황 점검. 경기도교육청

특수교육 대상자 늘어나는데…교육 받을 곳이 없다

시 교육청이 특수학급 의무화를 추진하려는 이유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 있다. 특수교육 대상자는 급증하는데 이들을 가르칠 특수학교와 학급의 확충 속도는 더디기 때문이다.

규모가 큰 특수학교는 주민 반대 등의 이유로 설립 문턱부터 높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8곳에 특수학교가 없다. 오죽하면 로또 당첨보다 어려운 게 특수학교 입학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광진구에 사는 한 장애 학생은 오전 9시 등교를 위해 약 2시간30분 전인 오전 6시30분 통학 스쿨버스에 오른다고 한다. 스쿨버스가 학생들을 태우기 위해 자치구 몇 곳을 돌고 학교에 가는데 1시간 이상이 걸린다.

일반학교 내 특수학급 입학도 쉽지 않다. 주변 학교에 티오(TO)가 없으면 자리가 나올 때까지 대기하는 수밖에 없다고 한다. 실제 전국 공립학교의 특수학급 설치 비율은 58.6%로, 절반에 그친다. 사립학교는 4.4%로 더 심각하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 1일 기준 유초중고교 특수학급 설치 비율은 공립학교의 경우 74.2%, 사립학교는 2.6%에 불과하다.

반면 특수교육 대상자는 늘고 있다. 교육부의 ‘2023년 특수교육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특수교육 대상 학생은 10만9703명으로, 통계 집계 시작 이래 역대 최대치다. 전체 특수교육 대상자 중 장애 중증도가 심하거나 특수교육 시설이 필요해 특수학교·특수교육지원센터에 진학한 특수교육 대상자는 2만9236명(26.7%)다. 일반 학교에 진학한 학생은 8만467명(73.3%)에 달한다. 이중 일반 학교에서 비장애 학생과 함께 수업을 듣는 통합학급에 속한 학생은 1만8474명으로, 전체 특수교육 대상자의 16.8%에 그친다. 나머지 6만1993명은 일반학교 내 특수학급에서 생활한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작은 특수학교 확대 필요…일반교사·특수교사 협력 방안 마련해야


배정된 일반학교 내 특수학급에서도 장애 학생들은 소외당하기 일쑤다. 조씨는 “제도·보조 인력 등 탄탄한 구조를 먼저 좀 갖춘 후에 특수학급을 만들어야 한다”며 “업무가 많아진다는 이유로 특수학급 외부 인력지원을 신청하지는 않고, 중증도 장애 학생은 버겁다는 이유로 학부모에게 1~2교시 이후 데려가라(조퇴)는 학교도 있다”고 토로했다.

장애아동 학부모들은 경기도교육청에서 운영하는 ‘복합특수학급’과 같은 작은 특수학교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합특수학급은 일반 학교에 설치한 전일제 특수학급으로, 중도중복장애 학생들이 특수학급에서 개별화된 교육을 받는다. 조씨는 “특수학교에 못 보낸 부모들에게 전일제 교육은 하나의 희망”이라며 “복합특수학급에 들어가기 위해 일부러 경기도로 이사 가는 학부모들도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 김모씨도 “통합교육은 특수학급만 만든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장애 학생들이 편하게 등하교할 수 있는) 집 근처 소규모 특수학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경근 단국대 특수교육대학원장은 “일반교사와 특수교사가 협력해야 특수학급, 통합학급에 있는 장애 학생들을 잘 가르칠 수가 있다”며 “일반 교사의 인식 개선만을 얘기할 것이 아니라 두 교사가 모여 함께 연구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시수 배정, 수당 등 여건을 만들어 (특수교육에) 다가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점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의도가 좋다고 한들 (사립학교 특수학급 의무화 추진을) 강제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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