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영화 ‘범죄의 재구성’이 은행들이 한국은행에 맡긴 지급준비금을 소재로 벌이는 한탕 작전이라면, ‘작전’은 흔히 작전이라 불리는 주식의 인위적 시가조정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다.
‘작전’과 ‘범죄의 재구성’의 공통 매력
영화 ‘작전’은 거액을 놓고 벌이는 치밀한 작전, 작전에 참여한 사람 간의 배신과 음모, 풍성한 캐릭터와 쫄깃한 이야기로 관객의 흡입력을 끌고 간다는 점에서 ‘범죄의 재구성’을 연상시킨다. 특히 크건 작건 배역들이 자기만의 캐릭터를 분명히 가지고 있고, 그 생생하게 살아있는 캐릭터들이 얽혀드는 과정이 영화적 재미의 근간이 된다는 점은 두 영화의 공통적 매력이다.
28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작전’의 실체가 공개됐다.
자칫 평범하고 식상할 수 있는 ‘개미’(개인투자자) 강현수 역을 설득력 있게 연기한 박용하, 그저 평면적으로 드세고 섹시하게 표현할 수도 있는 ‘PB’(자산관리사) 유서연에게 은근미를 불어넣은 김민정, 첫 영화 출연임에도 기라성 같은 선배들 사이에서 기죽지 않고 제몫을 해낸 ‘작전의 설계사’ 조민형을 맡은 김무열을 비롯해 작전세력 박 사장과 브라이언 최, 유서연의 비서, 황종구 사장 휘하의 조직폭력배 셋, 현수 동생, 우 박사, 윤 교수 등 작은 배역까지 누구하나 나무랄 데 없이 호연을 펼쳤다.
박희순, 상처 입은 ‘뱀’을 보는 듯
배역의 느낌에 맞는 적절한 캐스팅, 배역의 옷을 제 몸에 맞게 ‘피팅’ 시킨 배우, 그 배우들이 1+1 이상으로 낸 시너지 효과 덕에 영화는 풍성한 캐릭터의 향연이 됐다.
그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존재가 있으니 건달 출신의 사업가 황종구를 연기한 박희순이다. 저 인물을 스크린이 아닌 현실에서 만나면 얼마나 무서울까, 그리고 애처로울까 싶을 정도로 황 사장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박희순의 연기는 만족스럽다. 상처입은 뱀 한 마리를 만나는 느낌이다.
게다가 박희순 덕에 관객은 여러 번 크게 웃게 될 것이다. 영화의 탄력이 떨어진다 싶으면 예외 없이 박희순의 맛깔스런 대사가 튀어나와 관객에게 웃음을 주고 영화의 긴장을 회복시킨다. 물론 ‘맛있게’ 씌여진 시나리오가 근간이겠으나, 평소 제작보고회 등 행사장이나 인터뷰 때면 어김없이 드러나는 그의 유머 감각이 한몫 했다.
이호재 감독이 “영화에 나오는 재미있는 대사, 여러분이 크게 웃으신 대목들은 모두 박희순 선배님의 애드리브”라고 소개하자 박희순은 “영화가 안정되는 중반까지는 이 감독이 애드리브를 허락지 않아 작품이 본래 가지고 있는 상황적 재미에 충실했다. 중반 이후에는 좀 했다”며 머쓱해 했다.
마약·불륜은 돼도 ‘주식’은 안 된다?
박희순은 이날 시사회 장에서도 예의 재치있는 말솜씨를 뽐냈다. 도를 넘는 선정적, 폭력적 장면이 자제된 영화 ‘작전’이 18세 관람불가의 등급 판정을 받은 것에 대한 개인적 항의 표현이었다. 이 감독의 설명에 따르면, 영화 ‘작전’은 지난 21일 “청소년 모방 범죄 가능성을 우려”해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이 내려졌다. 제작사인 영화사 비단길은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을 강구 중이다.
“우리나라 경제가 어렵긴 어려운 모양입니다. 마약(영화 ‘마린 보이’)도 통과됐고, 불륜(‘키친’)도 됐는데 주식은 안 됐네요. 전체관람가 등급 받을 줄 알았는데 청소년 관람불가 받았습니다.”
박희순에게 “촬영 전까지는 건달 출신 CEO의 캐릭터를 잡기가 힘들어 고생했는데, 막상 시작해보니 개인기가 아니라 팀워크가 중요했기에 함께 어울려서 즐겁게 작업했다”는 촬영 후기를 남긴 영화 ‘작전’은 다음달 12일 관객을 만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홍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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