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공교육…정책 툭하면 바꿔 신뢰 바닥, 나왔다하면 사교육 열풍

위기의 공교육…정책 툭하면 바꿔 신뢰 바닥, 나왔다하면 사교육 열풍

기사승인 2009-02-03 17:2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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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있지만 우리나라 교육·입시정책은 그동안 잦은 변화로 이미 학부모와 학생의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이같은 교육 정책에 대한 불신은 공교육 불신으로 이어졌으며, 공교육 불신은 사교육의 비대화라는 끝모르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3월10일 교육과학기술부가 2009학년도 수능시험부터 수능 등급 외에도 표준점수와 백분위를 함께 표기하는 방안을 발표함에 따라 수능등급제는 2008학년도 한해 시행으로 막을 내린 게 대표적인 사례다. 수능 등급제 실시로 대학에 억울하게 떨어졌다고 판단한 상위권 학생들이 몰리면서 올초 입시학원은 전년에 비해 20% 가량 늘어난 재수생들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정부대책 나올 때마다 높아지는 사교육 열풍=1995년 5·31교육개혁안 발표부터 지난해 8월 서울시교육청의 국제중 설립 발표까지 13년간 정부의 주요 교육·입시 정책과 사교육 실태를 비교분석해보면 정부 정책이 발표될때마다 사교육시장은 어김없이 요동쳤다.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도 여러번 나왔지만 97년 IMF 직후를 제외하고는 사교육비가 줄어든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사교육에 관한 한 ‘백약이 무효’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사교육은 80년 신군부의 7·30 조치로 개인교습과 학원수강 등 과외가 전면금지된 이후 89년 6월16일 정부가 대학생 비영리 과외교습과 초중고 재학생의 방학중 학원수강을 허용하면서 빗장이 풀렸다. 결국 문민정부는 95년 불법과외 성행을 막고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해 국공립대 본고사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한 5·31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정부의 학생 수업부담 경감·공교육 정상화 계획은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사교육이 강화되는 계기가 됐다. 공교육이 빠진 자리에 사설학원과 불법과외가 학생들의 교육을 맡게 됨에 따라 사교육 시장은 더욱 커지게 된 것이다. 실제 95년 전국에 5630곳에 불과했던 문리·입시계열 학원 수는 97년 1만2133곳으로 늘어났다. 98년 당시 이해찬 교육부 장관이 고교 자율학습·보충수업을 폐지하고, 2002학년도 입시에서 무시험 전형 확대를 발표한 이후에도 상황은 계속됐다. 당시 “한 가지만 잘해도 대학을 갈 수 있다”는 소문과 외환위기 덕에 99년에는 사설학원과 GDP 대비 보충수업비 비율은 소폭 줄어들었다. 하지만 학원은 2003년 2만4563곳으로 5년만에 두 배나 폭증했으며, 2005년에는 3만개를 돌파했다. 2000년 헌법재판소의 과외금지 위헌 판결 이후 사교육 시장의 덩치와 비용은 더욱 커졌다.

이에 정부는 2004년 8월 사교육을 막기 위해 학교생활기록부 반영비중 확대를 골자로 한 2008학년도 대입제도를 발표했지만, 오히려 발표가 나자마자 내신 강화를 위해 사교육을 해야한다는 논리가 학부모들에게 먹혀들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2003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학부모들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27만4000원이었지만 대입제도 발표 이후인 2006년에는 36만4000원으로 25%나 폭등했다.

97년부터 시작된 초등학교 영어과목의 정규과목 편입은 영어 조기교육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2000년 전국 초·중·고 학생 중 조기 유학을 떠난 학생은 4397명에 불과했지만, 2006년에는 2만9511명으로 6.7배나 뛰어올랐다. 해외 사교육이라는 새로운 영역이 생겨난 셈이다.

◇잦은 제도 변경이 공교육 불신으로=수능시험의 난이도 조절은 수험생과 학부모가 정부 주요 교육정책을 현실적으로 가장 피부로 잘 느낄 수 있는 척도 중 하나다. 하지만 94년도부터 시작된 수능에서 난이도는 거의 매년 마다 온탕과 냉탕을 반복했다. 실제 97학년도 수능시험은 상위 50%의 평균점수가 400점 만점에 216점에 불과할 정도로 어려웠다. 어려운 수능이 과열과외와 사교육비를 급증하는 요인이라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는 쉬운 수능으로 방향을 바꿨다. 결국 2001학년도 상위 50%의 평균점수는 336점까지 올랐다. 그런데 불과 1년만인 2002학년도 수능은 “변별력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어려운 ‘불수능’이 출제됐다.

암기 위주의 공부를 탈피하고 학생들의 창의력과 사고력을 측정한다는 명목으로 94학년도부터 실시된 대학수학능력시험은 2008학년도까지 14년 동안 시험영역과 배점체계 등에서 무려 6번이나 수술대에 올랐다. 2년 반마다 한 번 씩 제도가 바뀐 셈이다. 이에 “귀신도 모르는 대입 전형”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정부의 교육·입시정책과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팽배했다.

수능등급제가 실행 1년 만에 폐지된 이후 점수제로 환원되면서 사교육 시장은 또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1, 2점 차이에 당락의 희비가 갈리기 때문이다. 대입 완전 자율화가 이뤄지는 2012학년도부터는 서울 주요대학들이 본고사를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사교육 수요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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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규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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