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차고 상의 벗고’…임오경 감독 ‘안 풀리네’

‘간판 차고 상의 벗고’…임오경 감독 ‘안 풀리네’

기사승인 2009-02-12 21:14:02
[쿠키 스포츠] “에잇”하는 소프라노 톤의 짧은 외침에 ‘쿵’하고 둔탁한 소리가 뒤따랐다. 서울시청의 실책으로 볼을 가로챈 용인시청이 질풍같이 내달려 속공을 성공시키자 서울시청 임오경 감독이 사이드라인 바깥 쪽 광고판을 발로 찼던 것. 매끄럽지 못한 선수들의 움직임을 질타하는 임 감독의 날카롭고 빠른 목소리는 쉴 새 없이 경기장 구석구석을 찔렀다.

12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09 SK핸드볼큰잔치 용인시청과의 경기에서 종료 2분여를 남긴 서울시청 벤치의 모습이다. 임 감독은 1992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 2004아테네 올림픽 은메달을 따낸 주인공이자 핸드볼을 다룬 영화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의 실제 주인공으로 더 유명하다.

14년간의 일본 생활을 털고 지난해 서울시청의 창단 감독을 맡아 이번 대회에서 데뷔전을 치르고 있는 임 감독은 현재 3패만 기록하고 있다.

첫 경기는 임영철 감독의 벽산건설과 ‘사제대결’을 펼쳐 30대 35로 패했고, 대구시청과의 경기에는 29대 32로 졌다. 12일 경기에선 용인시청과 호각지세를 이루며 접전을 펼쳤지만 경기 막판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모습을 노출하며 31대 34로 아쉬운 패배를 기록했다.

전반 초중반에 접전을 펼치다가 전반 끝날 즈음 연속 실점을 허용하고, 후반 초중반에 따라잡았다가 경기 막판에 지리멸렬한 경기를 펼치며 무너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대스타 출신인 임오경 감독의 눈에 창단 1년이 채 안되는 새내기 팀의 움직임이 맘에 들리없다. 경기 내내 자리에 서서 선수들과 함께 손을 들고, 발을 구르고, 고함을 지르던 임 감독은 열이 올라 참을 수 없는 듯 정장 저고리를 벗어 제쳤다.

경기가 끝난 뒤 서울시청 선수들이 모인 라커에선 임 감독의 호통이 쩌렁쩌렁 울려 복도까지 새어나왔다.

“다 잡은 경기를 계속 놓치는 게 너무 안타깝죠. 의미도 없는 실책을 남발하고 상대가 잘해서 졌으면 덜 화가 나겠죠.”

한 바탕 선수들에게 불호령을 내린 임 감독의 경기 평이다.

“저는 이번 대회에서 전패를 당해도 괜찮아요. 약이 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으니까요. 하지만 창단한지 얼마안되는 선수들에겐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되는 1승이 꼭 필요해요. 첫 승의 의미가 바로 그것이죠.”

성질 같아서는 선수들을 바로 불러모아 체육관 복도에서라도 훈련을 시키고 싶지만 첫번째 대회부터 너무 큰 것을 바라면 되겠느냐는 생각이 임 감독을 ‘양순하게’ 만들고 있다.

“제가 이렇게 맘이 아픈데, 선수들은 오죽하겠어요. 본인들이 스스로 깨달아야 돼요.”

임 감독의 진단은 ‘집중력’과 ‘최후의 5분’이다. 서울시청은 앞으로 남은 예선리그 4경기 결과에 따라 3위까지 주어지는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따낼 수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선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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