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중근 vs 이치로
한국은 결승전을 포함한 남은 경기에서 최대 3차례까지 일본과 다시 맞붙을 수 있기 때문에 2라운드 이상에서도 숙명의 라이벌전을 염두에 둬야 한다.
B조 예선에서 11일 쿠바가 호주를 꺾고 2라운드에 선착하며 조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쿠바가 1위를 차지하면 본선 첫 경기에선 한국이 멕시코 또는 호주와 맞붙고 일본이 쿠바를 상대하는 대진이 짜일 공산이 크다.
일본 타선에 14점이나 내주며 콜드게임 패를 당했던 치욕적인 기억의 중심에 이치로가 자리 잡고 있다면, 짜릿한 설욕전은 이치로를 철저히 막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봉중근은 이치로와의 대결에서 직구와 커브를 적절히 배합하며 3타석 모두 땅볼을 유도해 아웃시켰다. 이치로는 다음 경기를 앞두고 봉중근의 구질에 철저히 대비할 가능성이 높다. 봉중근이 어떤 지략을 펼칠지 주목된다.
봉중근, 항의는 각본대로
김성한 대표팀 수석코치는 11일 대표팀 캠프가 있는 미국 피닉스 인근 위웜골프리조트에서 기자들과 만나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라운드 1, 2위 결정전에서 이치로가 타석에 나왔을 때 봉중근이 주심에게 항의한 것은 김인식 감독이 미리 지시한 것이었다”고 털어놨다.
봉중근은 1회말 일본의 첫 타자로 나선 이치로에게 공을 던지기 전 주심에게 다가가 “관중의 카메라 플래시가 투구에 지장을 준다”며 항의했다. 이치로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엄청난 수의 관중이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며 상대 투수의 기를 죽이는 점을 역이용, 오히려 주심에게 항의함으로써 이치로의 리듬을 끊기 위한 전략이었다.
이치로가 묶이는 바람에 다른 타자들도 동반 침묵하며 한국에 완봉을 당했다. 결국 심리전을 지시한 김 감독의 각본과 영어 구사능력을 바탕으로 완벽하게 작전을 수행한 봉중근의 연기력이 합쳐져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 수 있었던 셈이다.
봉중근은 일본과의 승자전 대결에서 콜드게임 패배를 당한 이후 분을 삭이지 못하고 일본전 선발 등판을 강력히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이치로, 와신상담은 집에서
11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대표팀과 함께 미국에 도착한 이치로는 2라운드를 앞두고 애리조나 스콧데일의 선수단 숙소가 아니라 차로 30분 정도 걸리는 피닉스 교외에 있는 자신의 저택에서 머물기로 했다.
이치로는 2006년 제1회 WBC 때도 합숙을 하지 않고 출퇴근하며 훈련을 소화했는데 당시 예선전에서는 타율 0.231로 부진했으나 본선에서는 타율이 0.450으로 급상승하며 일본 우승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일본은 1회 대회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도 이치로가 출퇴근 훈련 덕을 보며 타격감을 회복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치로의 집엔 유연성 훈련을 할 수 있는 고가의 최신식 운동기구들이 갖춰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치로가 절치부심하며 한국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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