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한 WBC 두문불출… 무용지물된 ‘베테랑 카드’

손민한 WBC 두문불출… 무용지물된 ‘베테랑 카드’

기사승인 2009-03-17 09:29:02

[쿠키 스포츠] ‘손민한 못 나오나, 안 나오나’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 손민한(34·롯데)의 개점 휴업이 계속되고 있다.

손민한은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간)부터 시작된 WBC 아시아 지역예선 1라운드 4경기와 16일 본선 2라운드 멕시코와 경기에 전혀 등판하지 않았다. 숙적 일본을 꺾고 아시아 지역예선 1위를 차지한 야구 대표팀이 멕시코를 격파, 4강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때까지 손민한은 침묵하고 있다.

△컨디션 난조로 휴업=지금까지 알려진 손민한의 휴업 이유는 컨디션 난조다. 손민한은 2월 하와이 전지 훈련 당시부터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일본 도쿄에서 열린 1라운드 아시아 지역예선에 결장하게 된 이유다.

본선 2라운드가 열리는 미국으로 건너와서도 컨디션은 나아지지 않았다. 12일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 연습경기에 첫 모습을 보인 손민한은 0.2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일본과 쿠바, 멕시코와 살얼음판 승부를 벌여야 하는 야구 대표팀 입장에선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 손민한을 기용하는 것은 도박에 가깝다.

손민한의 실전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 1라운드 아시아 지역예선에 등판할 수도 있었지만, 대만전을 제외하곤 그럴 기회도 마땅히 없었다.

일본에게 치욕의 콜드게임패를 당한 경기는 7회에 종료됐고, 야구 대표팀의 주장을 패전 처리로 쓰기도 애매했다. 중국전은 2008 베이징올림픽 당시 고전했던 경험이 윤석민 카드로 이어졌다. 일본과의 리턴 매치에서 1-0으로 짜릿한 완봉승을 거둔 경기는 말 그대로 박빙, 손민한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무용지물된 베테랑의 경험=그동안 손민한은 야구 대표팀 소속으로 많은 국제경기에 출전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손민한은 3경기(쿠바, 네덜란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등판해 4.1이닝 평균자책점 2.08을 기록, 동메달로 병역 특례 혜택을 받았다. 2006년 제1회 WBC에선 3경기(미국, 일본, 중국)에 나와 7.1이닝 평균자책점 2.45로 2승을 거뒀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대만전에서 4이닝 3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된 것을 빼면 나름대로 준수한 활약을 한 셈이고, 적어도 국제경기 경험은 풍부한 베테랑 투수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진행된 제2회 WBC에선 손민한의 국제경기 경험이 무용지물이다. 박찬호와 이승엽이 빠진 야구 대표팀의 좌장 역할은 벤치에 국한되어 있고, 경기장 안에서 그의 모습 자체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토록 컨디션이 나쁜 손민한을 코칭스태프가 고집한 이유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역대 야구 대표팀 중 가장 나이가 어린 편에 속하는 팀을 이끌기 위해선 베테랑 선수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손민한과 박경완을 선택한 또 다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제2회 WBC는 엄연히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과는 성격이 다른 대회다. 자국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려 투구수 제한이란 기상천외한 규정이 있고, 타선 운영에 비해 투수 운영이 훨씬 까다롭다. 야구가 ‘투수 놀음’이란 농담이 WBC에선 엄연히 현실이 된다. 투수 한 명으로 인해 전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하와이 전지훈련 당시부터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손민한을 선택한 코칭스태프의 결정은 그래서 안타깝다. 만약 야구 대표팀이 WBC 예선 탈락했다면, 또한 4강 진출에 실패한다면 한 경기도 등판하지 않은 손민한을 대체 왜 차출했는지에 대한 비판은 쏟아질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컨디션 난조에 빠진 손민한을 대신할 수 있는 투수는 얼마든지 있었다. 손민한에 비해 올 시즌 성적이 뒤지긴 하지만, 채병용과 송승준, 백차승, 김선우 등은 선발과 셋업맨 역할을 얼마든지 오갈 수 있다. 사실상 정상 컨디션인 선발 자원이 봉중근 한 명인 상황이라 손민한의 공백은 더욱 아쉽다.

야구계 한 관계자는 “애초 손민한을 뽑은 이유 자체가 베테랑 역할이었을 것”이라며 “손민한의 구위는 중요한 경기에 쓸 수 없는 카드인 것이 여러 국제경기에서 드러났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과 제1회 WBC,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모두 4개의 피홈런을 맞은 것이 결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15.2이닝 동안 4개의 피홈런이니 9이닝으로 환상하면 2.37개에 달한다”며 “홈런 한 두 개가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단기전의 특성상 손민한은 불안요소가 있는 투수”라고 설명했다.

△야구 팬 시끌벅적=손민한의 결장을 두고 야구 팬 사이에서도 갑론을박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손민한이 정상 컨디션이 아닌 것에 따른 안타까운 반응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야구 팬들은 ‘손민한은 대체 왜 안 나오는 것인가’, ‘차라리 다른 투수를 데려가는 것이 낫지 않았나’는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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