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공공기관이 자체 적발한 횡령 사건의 절반 이상을 형사 고발하지 않고 내부 징계하는데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5일 공공기관의 부패 사건을 기록하는 공직자 부패관리 시스템인 ‘제로미사이트’에 입력된 791개 공공기관의 2006∼2008년 징계처리 결과를 분석한 결과 공금횡령 공직자 중 58%가 내부징계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기간 중 공금 횡령으로 내부 적발된 공직자는 331명으로 이중 193명이 형사고발되지 않았다.
횡령 금액별로는 3000만원 이상을 횡령한 113명 중 35.4%(40명)가 고발 없이 내부 징계만 받았다.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미만은 47.3%(26명), 1000만원 미만은 77.9%(127명)가 형사고발에서 제외됐다. 공공기관은 횡령한 공공기금을 환수한 뒤 파면 또는 정직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감봉 등의 경미한 징계에 그친 경우도 있었다.
권익위에 따르면 농협은 지난해 2억7100만원을 횡령해 주식투자자금으로 사용한 4급 직원을 적발했으나 고발 없이 면직 처분만 하는 등 해당 기간 3000만원 이상 횡령한 직원 19명 중 10명을 고발하지 않았다. 농협은 2007년 5월 이전까지 3억원 이상 횡령할 경우에만 직원을 고발하다, 이후 고발을 원칙으로 하되 인사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토록 변경했으나 여전히 임의로 사건이 처리되고 있다.
부산 모대학은 2007년 연구비 4300만원을 횡령한 교수를 적발했으나 감봉 조치만 하고 고발하지 않았다. 경기도 성남시는 4200만원을 횡령한 7급 공무원이 공금을 전액 변상했다는 이유로 형사 고발하지 않았다. 권익위 관계자는 “횡령한 직원을 고발할 경우 해당 공공 기관에 대해 비난 여론이 일거나 기관장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는 보신주의나 온정주의 때문에 고발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국무총리 훈령의 ‘공무원의 직무관련 범죄 고발지침’에 따르면 기관장은 공직자의 범죄 사실을 발견했을 때 해당 직원을 형사고발해야 한다. 하지만 경기도 교육청은 200만원, 한국전력은 500만원 이상을 기준으로 고발하는 등 기관별로 기준이 제각각이고, 자의적으로 고발 여부를 결정하는 곳도 있다.
이에 따라 권익위는 국무총리실 등 관계 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횡령 금액 등에 따른 고발 기준을 제시하고 이르면 5월부터 횡령 사건에 대한 고발 의무화를 실시할 계획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주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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