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침체로 구조조정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직장인들. 남편 월급만으로는 살림살이가 빠듯한 가정주부, 일자리가 없어서 백수로 지내는 젊은이들. 지갑은 갈수록 얇아지는데 나갈 돈은 줄지않아 한숨이 절로 나오는 요즘입니다.
그렇지만 돈이 나간다고 해서 소비와 담 쌓고 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안 그래도 비참해 보이는 인생이 더욱 우울해 질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쿠키뉴스가 준비했습니다. 지갑은 덜 열더라도 폼나게 불황을 사는 방법 말이죠. 각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을 만나 쿨하게 불황을 나는 방법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짠돌이라 인맥관리에 돈 안쓴다? 천만의 말씀!
[쿠키 생활]
불황엔 인맥관리가 더더욱 중요하다. 사회가 각박해져 작은 문제에도 쉽사리 관계가 나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불황 속 인맥관리’ 노하우를 듣기 위해 최장수 연예 전문리포터로 활약하고 있는 김생민(36)씨를
만났다. KBS2 TV '연예가중계'에서 12년동안 수많은 연예인과 PD, 작가들과 만나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그다. 게다가 방송가 소문난 짠돌이여서 불황 속 인맥관리에 대한 노하우를 배우기에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봄비가 기분좋게 내리는 3월 말. 서울 여의도 MBC 로비에서 김씨를 인터뷰했다. 라디오 방송을 마치고 나오는 길이라는 그는 몇 해 전 한 통신사에서 공짜로 나눠줬던 주황색 우산을 들고 나왔다. 커피숍 계산대와 제일 가까운 자리에서 아무 주문도 하지 않고 수다를 떨 수 있는 김생민씨. 그는 절약하는 척 하는 것이 아닌 진짜 ‘짠돌이’였다.
“돈 안드는 일이면 잔심부름도 마다하지 않아요”
“돈을 덜 쓰고도 인맥관리 할 수 있는 법이 있을까요” 생뚱맞아 보이는 질문에 그는
“돈 안드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했다”고 털어놨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만 50명이 넘는 PD 들을 거쳤던 그는 인맥관리를 위해 지인의 이사 소식을 들으면 이삿짐 나르기를 도와주는 것은 물론 돌이나 회갑, 결혼 등 경조사도 꼭 챙긴다고 했다. 못가는 지인들의 돈봉투를 적극적으로 챙겨 전달하는 것도 그만의 인맥관리법이다.
그는 행사장에서도 멀뚱하게 돈만 내밀기보다는 짐 나르기, 운전 기사 노릇 등 적재적소에 필요한 일을 찾아서 ‘무한 감동’을 준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번은 지인 결혼식장에 가서 미용실에 들러 이동수단이 마땅치 않은 친척들을 차로 모셔 드렸더니 나중까지 기억하고 고마워 하더라”고 회상했다.
그는 “인간관계에서 보이지 않는 기싸움이 생기게 마련인데 나는 그런 부분에서 이기기 보단 지는 쪽을 선택한다”며 “‘간식 사오기’나 ‘은행 다녀오기’ 등 일상에서 소소한 잔심부름도 기분 나빠하지 않고 잘한다”고 웃었다.
짠돌이가 인맥에 돈 쓰는 방법
짠돌이라고 해서 인맥관리에 전혀 돈을 쓰지 않는 것은 아니다. 김씨는 상대방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일에 소홀하지 않는다고 했다.
남을 위해 돈을 쓰려고 그가 선택한 방법은 ‘자기 희생’.
그는 “대가족에서 자랐기 때문에 남을 위해 내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먀 “당연히 다른 사람에게 베풀려면 내가 쓸 돈을 아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본인이 먹고 입을 것을 포기하고 마련한 돈이기에 허투루 쓰지 않았다. 상대방의 마음에 안차는 선물을 사주기 보다는 상품권이나 돈을 주로 건넸는데 이도 그냥 주지 않는다고 했다.
10만원 현금 대신 123456이라고 찍힌 수표를 끊어 주거나 빳빳한 신권 1000원짜리 100장씩을 세 다발 건네며 “복이 오는 숫자” 라는 말과 함께 행운을 빌어준다. 그는 “같은 돈을 쓰더라도 신경을 세심하게 쓰면 상대방이 마음속에 오래 남는 선물이 된다”고 조언했다.
척~하지 않는 인간관계
김씨는 한번 맺은 인연을 쉬 놓지 않는다. ‘연예가중계’에서 12년, ‘출발비디오여행(MBC TV)’에서 10년, ‘동물농장(SBS TV)’에서 8년 등 프로그램을 맡기만 하면 장수한다. 그는 “성실함과 정직함을 알아본 주위 방송 관계자들이 다른 일거리를 잡아준다”고 했다.
지상파 방송에서 3개 TV 프로그램을 진행하다가
DJ와 PD들이 소개해줘 4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도 코너를 맡았다.
지인들이 그를 오랫동안 변함없이 믿어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씨는 “리얼리티가 있는 관계야 말로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이든지 ‘척’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인사 잘하는 척, 일찍 출근하는 척도 가능하지만 오랫동안 남을 속일 수는 없다”며 “스케줄보다 적게는 30분에서 1시간 가량씩 일찍 나온다. 그러면 언젠가 상급자와 동료들의 눈에 자연스럽게 띄는 날이 온다. 그것이 바로 인간관계의 리얼리티”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은정 기자, 사진= 펜하우스 제공
sej@kmib.co.kr
김생민은 ?
1973년 서울 출생.
91년 서울예술대학 연극과에 입학해
이듬해 대학생 개그맨으로 방송을 시작했다.
93년 KBS 공채 개그맨으로 입사했다.
학생 방송인 시절 몸에 밴 성실함과 정직함을 인정받은 것이 위계질서 엄격한 개그맨실에서 장수하며 방송 활동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십 년이 넘도록 변변한 유행어 하나 만들지 못한 개그맨이라고 자신을 소개하지만
‘연예가중계’ 등 여러 프로그램에서 수많은 PD, 연예인과 호흡을 맞추며 내공있는 전문 리포터로 자리잡았다. 12년 동안 방송하면서 양복 세 벌과 구두 세 켤레로 버티는 방송계의 알아주는 짠돌이다. 지난해 자신의 재테크 경험담을 담은 ‘만만한 재테크(펜하우스)’를 출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