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한 “FA 먹튀는 없다… 롯데 우승도 가능”

손민한 “FA 먹튀는 없다… 롯데 우승도 가능”

기사승인 2009-04-01 09:30:01

[쿠키 스포츠] ‘전국구 에이스’ 손민한(34·롯데)과의 통화는 쉽지 않았다. 어떤 날은 휴대전화 전원이 아예 꺼져 있었다. 그를 좀 안다는 기자들은 ‘아마 통화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얘기를 물어볼까봐 일부러 피하는 것 아닐까’라고 의혹을 제기하는 이도 있었다.

31일 밤 손민한 특유의 나직하고 편안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처음부터 껄끄러운 걸 물을 순 없었다. “시즌 개막 준비는 잘하고 있습니까”라는 의례적인 질문으로 ‘초구’를 던졌다.

“준비 잘하고 있고, 잘해야죠. 마지막 시범경기에 등판해 3이닝을 던졌는데, 이번 주중 자체 청백전에 한 차례 더 등판해 컨디션을 점검할 계획입니다. 그 경기까지 해보면 몸이 충분히 회복됐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상 컨디션을 찾고 있는 중이고, 반드시 찾아야죠.”

WBC 대표팀 주장을 맡고도 한 경기도 등판하지 않아 팬들에 의해 ‘실종 신고’까지 됐던 터라 결국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에는 “WBC 얘기라면 할말이 없습니다”라고 했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솔직히 컨디션이 안좋아서 등판을 못했습니다. 정말이지 다른 이유는 없었습니다. 제가 등판하지 않았지만 후배들이 잘해줘서 좋은 결과를 냈고,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WBC는 이미 지나간 일이고, 이것 말고는 더 할말도 없습니다.”

기대했던 수위의 답변은 아니었다. ‘유인구’를 던져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그의 말처럼 지나간 일은 더 이상 캐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의례적인 질문으로 돌아가서 올시즌 전망을 물어봤다.

“8개 구단 전체를 놓고 판도를 전망하는 건 어려울 것 같고요. SK가 2년 연속 우승을 했는데, 지난 시즌 전력과 비교했을 때 약해진 부분이 없기 때문에 올해도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롯데도 충분히 우승까지 노려볼 수 있다고 봅니다. 홍성흔 선수도 합류했기 때문에 우리팀 전력이 지난 해보다 강해졌죠.”

개인적인 목표를 묻자 그 동안 해왔던 얘기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FA 먹튀라는 얘기는 절대 듣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돈을 받는 선수로서 제가 받는 만큼의 값어치는 해야죠. 제가 모범을 보여야 나중에 FA가 되는 후배들이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먹튀(먹고 튄다)’라는 말을 스스로 꺼냈다. 이 대목에서 그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손민한은 지난 시즌 종료 후 롯데와 15억원(계약금 8억원, 연봉 7억원)에 FA 계약을 맺었다.

다시 까다로운 구질의 질문을 던졌다. 음주 후 폭행 탓에 KBO(한국야구위원회)로부터 무기한 실격이라는 중징계를 받은 정수근에 대해 물었다. 망설이다 한 질문이었지만, 그의 답변은 머뭇거림이 없었다.

“정수근 선수가 공인으로서 해서는 안될 일을 했기 때문에 잘못한 건 맞습니다. 하지만 동료 입장에서는 수근이가 하루라도 빨리 복귀했으면 합니다. 많은 팬들도 아마 수근이를 그라운드에서 다시 만나기를 바랄 겁니다. 젊은 혈기에 순간적으로 실수했다고 생각하고 너그럽게 봐주시면 좋겠어요. 만약 야구를 다시 못하게 된다면 결국 그 실수로 한 사람의 인생이 망가지는 것인데, 그건 인간적으로 너무 안타까운 일 아닐까요?”

손민한은 현재 몸상태로 볼 때 자신이 4일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히어로즈와의 개막전 선발은 아닐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다음 경기에는 꼭 선발 등판할 수 있도록 남은 며칠간 컨디션을 끌어 올리겠다고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상운 기자
swcho@kmib.co.kr
조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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