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련 ‘사면초가’…TBS, 우연한 실수? 고의적 텃세?

조혜련 ‘사면초가’…TBS, 우연한 실수? 고의적 텃세?

기사승인 2009-04-07 09:55:00


[쿠키 연예] 개그우먼 조혜련(39)의 ‘기미가요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조혜련은 지난달 31일 방송된 일본 TBS 예능 프로그램 ‘링컨’에서 가수 야시로 아키가 부른 기미가요를 듣고 웃으며 박수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조혜련은 소속사를 통해 “사전에 기미가요에 대해 몰라서 생긴 일”이라며 “미리 알았더라면 출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국내 여론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내 여론의 실망감과 별도로 조혜련은 일본에서도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일본 네티즌들은 조혜련과 우리나라를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미가요 논란이 천박한 역사 의식 때문이란 주장도 곳곳에 보인다.

△일본 진출 3년 되도록 기미가요도 몰랐나=조혜련은 지난 2006년 일본 여행 중에 영화배우 배용준의 한류 효과에 자극 받아 일본 예능 프로그램에 진출했다.

그동안 일본 유학을 감행한 국내 개그맨은 많았지만, 일본 예능계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사례는 흔치 않았다. 조혜련은 ‘한류 코미디언 1호’란 호칭이 붙었고, 일본 체류 경험을 살려 ‘박살 일본어’란 서적을 출간해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조혜련이 일본 예능 프로그램 진출을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일본어 서적을 출간한 것은 일본에 대한 기초적인 상식 없이는 힘든 시도다. 기미가요는 1999년 일본 국가로 법제화됐다. 지난 3년간 일본 진출을 시도하면서 조혜련이 일본 국가가 무엇인지도 몰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힘들다.

문제가 된 기미가요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조혜련이 일본에 진출한 2006년부터 현재까지 한·일 양국은 우호적이면서도 일제 강점기 역사 왜곡과 독도 문제로 인해 감정의 골이 남아 있는 상태다. 만약 정말 조혜련이 기미가요가 무엇인지 몰랐다면 기초적인 역사 의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일본 진출을 감행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조혜련은 국내 여론이 의외로 생각보다 침착한 상황이란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번 논란에 대해 무작정 조혜련을 비판하는 여론만 형성된 것이 아니다. 타국에 진출해 열심히 노력하는 코미디언의 본의 아닌 실수를 이해하자는 여론도 분명히 있다. 조혜련의 변명이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방송가 한 관계자는 “이번 일은 조혜련 소속사가 나서서 될 일이 아닐 것 같다”며 “조혜련이 직접 자초지종에 대해 설명하고, 논란이 된 부분을 해명해야 한다. 설득력 없는 변명은 논란을 재점화 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TBS의 우연한 실수인가, 고의적인 텃세인가=조혜련이 지난달 31일 출연한 ‘링컨’은 최고의 전성기는 지났지만, 여전히 일본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이다. 국내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이 포맷을 차용했다는 오해 아닌 오해에 시달릴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조혜련은 사전에 대본을 통해 기미가요 제창 부분을 고지받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만약 조혜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TBS의 명백한 실수다. 출연진 중 일부가 한국인이고, 방송 아이템으로 인해 민감한 역사 의식이 발동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를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폭력 행위에 가깝다.

만약 조혜련의 주장대로 TBS가 민감한 방송 아이템을 사전에 대본을 통해 알리지 않았다면 조혜련이 취해야 할 행동은 한 가지다. 당시 방송 대본을 공개하고, TBS에 엄중히 항의해야 한다. 물론 일본 현지에서 활동하는 연예인 입장에선 다소 무리가 있는 부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보다 이번 논란을 깨끗히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와 별도로 조혜련의 책임은 분명히 있다. 방송 사전준비, 방송 후 모니터링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중문화평론가는 “TBS가 기미가요 부분을 대본을 통해 사전에 고지하지 않았다는 것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며 “조혜련은 자신의 변명을 논리적으로 확인시켜 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TBS가 우연히 실수를 했을 수도 있다”며 “가능성은 낮지만 TBS가 조혜련과 최홍만을 출연시키고 기미가요를 이용해 고의적으로 텃세를 부렸을 가능성도 있다. 자국 중심의 이기적인 예능 프로그램 문화는 일본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조혜련, 빨리 돌파구 찾아야=조혜련은 이번 논란으로 인해 데뷔 이후 최고의 위기를 맞았다. 일부 시청자들은 조혜련이 출연하고 있는 국내 예능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출연 하차를 요구하는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 별다른 스캔들 없이 꾸준히 성실한 자세로 방송에 임했던 조혜련 입장에서는 무척 당황스러운 일이다.

현재 조혜련이 출연하고 있는 방송국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조혜련이 이번 논란에 대해 빠르게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의외로 논란이 장기화될 수 있고, 이미지를 먹고 사는 연예인의 속성상 조혜련에 대한 선입견이 각인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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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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