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당긴 펜스에 발목잡힌 LG…구장 축소 약이냐 독이냐

앞당긴 펜스에 발목잡힌 LG…구장 축소 약이냐 독이냐

기사승인 2009-04-08 21:29:01
[쿠키 스포츠] LG가 빈약한 장타력을 보완하기 위해 펜스를 당겨 설치한 ‘X존’에 제 발목을 잡혔다.

LG는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09 프로야구 롯데와의 경기에서 1-0으로 끌려가던 6회초 강민호에게 2점 홈런을 허용하며 3대 0으로 무릎을 꿇었다.

호투하던 LG의 프로 2년차 선발투수 이범준이 6회초 선두타자 조성환에게 2루타를 허용한 뒤 홍성흔에게 적시 2루타를 내주며 첫 실점을 하며 흔들렸다. 후속타자 강민호가 때린 공은 중견수 쪽 깊은 곳으로 날아갔고 중견수 이대형이 낮아진 펜스 위로 점프해 올라타며 캐치를 시도했지만 공은 담장을 살짝 넘어갔다.

원래 좌우 100m 좌우중간 120m 중앙 125m였던 구장 규모는 축소한 뒤 100m-116m-121m로 줄어들었다. 담장 높이도 2.7m에서 2m로 낮아졌다.

이대형은 담장 위에 올라앉아 글러브를 내리치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기존 펜스였다면 발빠른 이대형이 펜스까지 쫓아가며 충분히 잡아낼 수 있는 타구여서 아쉬움이 컸을 법하다. 롯데의 3-0 리드.

이 홈런이 터지며 3루측 응원단에선 ‘부산 갈매기’ 열창이 터져나왔고 팽팽하던 경기 분위기는 완전히 롯데 쪽으로 기울었다.

LG가 김재박 감독의 강력한 주장을 수용해 펜스를 4m 앞당긴 ‘X존’에 떨어진 2번째 홈런으로 기록되는 순간이었다.

LG는 8개 구단의 홈구장 가운데 가장 넓은 잠실구장의 펜스를 당겨 홈런이 많이 나오는 공격적인 야구를 추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진영, 정성훈을 FA로 영입한 뒤 구장 규모까지 줄여 홈런을 양산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지난 7일 경기에선 권용관이 승리에 쐐기를 박는 솔로 홈런을 날리며 짭짤한 재미를 봤다면, 이날 경기에선 당겨진 펜스가 오히려 독이 됐다.

LG는 2회말 이진영의 타구와 6회말 이대형의 타구가 펜스 바로 앞에서 잡히며 아쉬움을 남긴 반면 롯데는 짧아진 구장 덕에 승리를 결정짓는 투런 홈런을 선물받은 셈이었다.

작아진 구장은 홈팀과 원정팀 모두에게 홈런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된다. 즉 LG의 홈런이 많아짐과 동시에 피홈런도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이다. 작아진 구장을 커버할만한 투수력이 뒷받침 된다면 피홈런이 급격히 늘어나지는 않겠지만 크리스 옥스프링과 박명환이 없이 꾸려야하는 LG의 선발진은 당분간 아슬아슬한 시기를 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즌 초반 당겨진 펜스 탓에 승과 패를 나란히 맛본 LG에게 ‘X존’이 효자 노릇을 할지 ‘X맨’으로 다가올지 지켜볼 일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선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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