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에 숟가락 얹은 ‘2NE1’ 성공할 수 있을까?

빅뱅에 숟가락 얹은 ‘2NE1’ 성공할 수 있을까?

기사승인 2009-04-14 16:52:01

[쿠키 연예] 여성 4인조 2NE1 돌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상상 이상이다. 지난달 27일 내놓은 ‘Lollipop’은 국내 모든 온라인 음원 차트를 점령했다. 신인 그룹의 데뷔 싱글인 것을 감안하면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인기다. 그룹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와 원더걸스의 ‘Irony’의 당시 인기도 가볍게 뛰어넘는다. 일단 YG 엔터테인먼트의 성공이다.

△고마워요, 빅뱅=냉정히 평가하면 2NE1의 ‘Lollipop’은 2NE1의 데뷔 싱글이 아니다. 삼성 ‘애니콜(Anycall)’과 함께 국내 휴대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LG ‘싸이언(CYON)’의 CM송이다.

애니콜은 지난 2005년 이효리와 신화의 에릭을 전면에 내세워 디지털 싱글 ‘Anymotion’을 선보였다. 자사 휴대전화 제품을 디지털 싱글로 홍보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실험적 시도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과거 영화배우 안성기가 홍보한 애니콜은 이효리와 에릭 덕분에 신세대의 눈을 사로잡는 브랜드로 격상됐다. 또 둘은 단숨에 광고계의 블루칩이 됐다.

탄력받은 애니콜은 ‘Anymotion’의 뒤를 이어 ‘Anyclub’을 만들고, 2007년 동방신기의 시아준수와 보아, 에픽하이의 타블로, 진보라를 모아 ‘Anyband’를 결성한다. 모두 엄청난 인기를 모았다.

“소위 광고의 상업성이 음악의 예술성으로 승화된 셈이다.” 국내 한 유명 광고회사 핵심 관계자가 애니콜의 광고 전략을 극찬한 표현이다. 현대인의 필수품인 휴대폰을 딱딱하게 광고한 것이 아니라 신세대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는 광고모델과 음악을 결합시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 것에 따른 부러움의 표현이다.

이 관계자는 “사실 애니모션 등은 외국에선 쉽게 먹힐 수 없는 전략”이라면서도 “하지만 내수를 완벽히 장악했다. 애니콜은 무척 대중적이면서도 신세대를 자극해 국내 시장의 브랜드 이미지를 공고히 했다”고 말했다.

‘Lollipop’은 애니콜의 유사 전략이다. 이효리와 에릭 자리는 빅뱅과 신인그룹 2NE1이 채웠다. 빅뱅은 아직 해외 인지도가 제로에 가깝지만, 적어도 국내에선 동방신기와 대등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최고의 남성 아이돌 그룹이다.

“사실 ‘Lollipop’은 2NE1의 싱글이 아니라 빅뱅의 싱글.” 가요계 한 관계자의 냉정한 평가다. 엄격히 평가하면 ‘Lollipop’은 2NE1의 싱글이 아니다. 이는 ‘Lollipop’을 들어보면 매우 간단히 알 수 있다. 빅뱅의 ‘Lollipop’의 피쳐링 정도를 2NE1이 맡은 식으로 곡이 진행되고 있고, 뮤직비디오에서도 빅뱅의 노출 비중이 2NE1를 압도한다. 곡의 작사, 작곡도 원타임의 멤버 테디가 맡았다.

한 마디로 ‘Lollipop’은 2NE1의 음악이면서도 막상 2NE1의 참여도는 떨어지는 디지털 싱글이다. 빅뱅이 차린 ‘Lollipop’ 밥상에 2NE1이 숟가락을 얹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만약 빅뱅이 가세하지 않았다면 2NE1이 싸이언 광고 모델로 ‘Lollipop’을 부를 수 있었을까? 아무리 싸이언이 2NE1의 신선함과 발랄한 매력을 높이 샀다고 하더라도 실현 가능성은 극히 떨어진다.

△2NE1 성공할 수 있을까?=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YG 엔터테인먼트의 전략이 빛난 부분이다. ‘Lollipop’의 원래 주인공은 빅뱅이면서도 마치 2NE1의 데뷔 싱글처럼 시장에서 평가받고 있어 신인 그룹의 런칭으론 이보다 좋을 수 없다.

문제는 ‘Lollipop’ 이후 2NE1의 모습이다. 전 세계 어느 가수도 극도로 상업성이 짙은 일개 CM송을 데뷔 싱글로 내세우진 않는다. ‘Lollipop’의 높은 인기에 필적할 만한 싱글 내지는 정규 앨범이 나오지 않는다면 2NE1은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다.

그동안 YG 엔터테인먼트는 대중적인 힙합을 전면에 내세워 성공을 거뒀다. 1등 공신은 꾸준한 싱글정책이다.

빅뱅은 지난 2006년 내놓은 데뷔 싱글 ‘We Belong Together’의 성적이 생각보다 신통치 않았다. 무려 4달 동안 세 장의 싱글과 한 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지만 결과는 현재 빅뱅의 인기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빅뱅의 꾸준한 싱글 정책은 2007년 8월 ‘거짓말’을 탄생시켰고, 지난해 ‘하루 하루’로 대박을 터뜨렸다.

숱한 표절과 샘플링 논란 속에서도 젊고 패기 넘치는 뮤지션의 창작물은 빛났다. 원타임의 테디, 빅뱅의 G-드래곤은 이제 YG 사단에 없어서는 안 될 인물로 성장했다. 특히 G-드래곤은 다소 과대평가된 부분이 없진 않지만, 빅뱅의 음악을 완벽히 지배하며 서태지와 아이들의 서태지, 에픽하이의 타블로와 유사한 길을 걷고 있다.

오는 5월 공식적으로 데뷔할 2NE1도 G-드래곤의 후광을 한껏 누릴 전망이다. 이미 G-드래곤이 앨범 프로듀서를 맡을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고, 첫 무대를 빅뱅과 함께 나서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만약 빅뱅의 ‘거짓말’, ‘하루하루’ 정도의 대중적인 멜로디로 중무장한 싱글이 나올 경우 2NE1은 단숨에 소녀시대, 원더걸스 정도의 인지도로 올라설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2NE1은 베일에 싸인 상태다. 아무리 G-드래곤이 작사, 작곡에 나서고, 프로듀서로 기량을 뽐낸다고 하더라도 공식 데뷔 싱글이 시장에서 실패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동방신기와 소녀시대 앨범에 참여한 뮤지션들이 고스란히 투입됐지만, 아직 국내 시장에서 그리 성공적인 스코어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천상지희가 이를 반증한다.

2NE1의 개인적인 역량도 미지수다. 우선 G-드래곤처럼 그룹의 음악을 진두지휘할 수 있는 탈아이돌 성격의 멤버가 2NE1 안에 존재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기존 기획사의 공장형 주문생산 방식처럼 외모와 패션만을 강조한 그룹이라면 의외로 대중의 실망을 살 수 있다. 그저 그런 여성 아이돌 그룹이 너무 많은 탓이다.

YG 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사장은 2NE1을 무려 4년 동안 집중 조련했다고 설명했다. 4년이라는 시간은 뮤지션으로 성장하기엔 부족할 수 있지만, 적어도 가창력에 관한 논란 쯤은 충분히 잠재울 수 있는 시간이다. 만약 2NE1에 원더걸스의 소희, 카라의 구하라 등과 비슷한 수준의 처참한 가창력을 가진 멤버가 있다면 곧바로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가요계 한 관계자는 “빅뱅이 이렇게 성공을 거둔 것은 ‘거짓말’이 그야말로 대박을 쳤기 때문”이라며 “서바이벌로 진행된 오디션, 원색을 강조하는 패션으로 인기를 모으긴 했지만 사실 빅뱅은 ‘거짓말’을 내놓기 전에는 과대포장된 아이돌 그룹에 지나지 않았다. 싱글 파워도 생각보다 미미했다”고 말했다.

그는 “2NE1이 ‘거짓말’ 정도의 싱글을 내놓을 수만 있다면 소녀시대와 원더걸스의 강력한 라이벌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생각보다 데뷔 싱글이 신통치 않을 경우, 빅뱅의 피처링에 불과한 광고 음악 ‘Lollipop’이 그룹 최고의 히트곡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NE1이 ‘Lollipop’의 폭발적인 인기 이면에 가져야 할 고민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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