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북한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다.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는 북한에게 북·미 관계 전환은 핵심적 과제다. 강성대국의 주요 목표인 경제 강국을 달성하려면 미국과 수교를 해야 한다. 북·미 관계가 정상화될 경우 북한의 수출입을 옥죄던 대북 경제 제재가 해제되고, 북·일 수교로 100억달러(13조3700억원)의 배상금를 받을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의장성명에 대한 북한의 반발이 결국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노린 북한의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북한 외무성은 14일 성명에서 “6자 회담에 ‘다시는’ ‘절대로’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핵개발, 경수로, 로켓발사 등을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북·미간 양자협상을 염두에 두고 가능한 협상 의제를 모두 제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미국과의 협상이 시급하다는 의미다.
김일성 전 주석에서 김정일 현 국방위원장으로 이어지는 북한 체제는 수령 1인의 집권이 사실상 무기한 보장되는 독재이기때문에 시간의 구애를 별로 받지않았다. 쉽게 말해 미국 등 주요 국가와의 협상에서 입장차가 있을 경우 정권의 변화를 기다릴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김 위원장의 중병설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정부 당국자는 “과거 북한이 주변 국가와 관계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했던 점은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었다”며 “그러나 고령의 김 위원장이 언제든지 쓰러질 수 있다는 것을 본인이나 핵심 권력층이 경험했기 때문에, 그가 건재할 때 북한의 최대 숙원이라고 할 수 있는 북·미 관계 정상화를 서두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는 북한에게 좋은 상대다. 오바마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거부함으로써 북한에게 핵무기 개발 기회를 제공했다고 비판하며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2012년 미 대선에서 오바바 행정부가 교체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은 이 시간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최대 우방국인 중국도 그 때까지 후진타오 2기 체제가 이어진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 ‘올인’할 가능성은 낮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15일 “북한에게 강성대국 건설이라는 목표가 중요하지만, 체제 유지보다 우위에 두지는 않을 것”이라며 “온갖 수단을 써도 협상이 안될 경우 제2의 고난의 행군을 해서라도 체제를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