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개성 줄다리기… 우리측 12시간 기다려 22분 만나

남북 개성 줄다리기… 우리측 12시간 기다려 22분 만나

기사승인 2009-04-21 23:4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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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정치] 우리 정부 대표단은 21일 방북 12시간 만에야 북측 당국과 본 접촉을 했으나 22분 만에 접촉이 끝났다. 앞서 예비 접촉 과정에서 현대아산 유모(44)씨 접견권 보장 등을 두고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였다. 의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방북한 우리 정부는 접견권 요구로 접촉에 유리한 위치에 서기 위해 기싸움을 벌였지만 역부족이었다.

오전 6시30분 대표단 결집

현 정부 들어 남북 현안을 다루기 위한 첫 당국자간 접촉에 참석하는 정부 대표단은 오전 빗발이 날리는 가운데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개성을 향해 출발했다. 김영탁 통일부 개성공단사업지원단장과 문무홍 개성공단관리위원장은 접촉에 쏠린 관심을 의식한 듯 다소 긴장된 표정이었다.

대표단은 오전 6시30분쯤 남북회담본부에서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함께 조찬을 한 뒤 전략회의를 갖고 북측의 통보를 일방적으로 듣고 오지 않는다는 '비공식' 최소 목표를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장관은 이 자리에서 대표단에게 이번 접촉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면서도 "당당하고 의연하게 임하라"고 격려했다.

접견권 놓고 신경전

현 장관은 오전 7시15분 대기하고 있던 승용차와 버스 1대에 오른 대표단을 환송한 뒤 상황실이 설치된 남북회담본부에서 개성 상황을 수시로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전 개성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좋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북측에 유씨에 대한 접견권을 강하게 요구했다. 북측이 이에 대해 응답하지 않아 본 접촉이 접촉 예정시간보다10시간 넘게 지연됐다. 우리 정부는 북측이 일방적 통지를 통보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인도적 차원에서 유씨에 대한 접견권 보장을 요구함으로써 접촉에서 다소 유리한 위치에 서려했다.

장소와 참석자 명단을 놓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남측 개성공단관리위원회(관리위) 사무실을 접촉 장소로 염두에 뒀는데 북측이 자신들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총국)으로 우리 당국자를 오라고 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북측은 '개성공단 운영과 관련한 중대한 사안을 통보하겠다'며 일방적으로 우리 당국자들을 불러들였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의제도 모른 채 북측의 초청을 받아들여 수동적이러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단이 북측이 오라는 곳에서 북측의 통지를 받는 것은 수동적인 모양새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대표단으로선 피해야 한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12시간 기다려 22분 접촉

지난달 30일부터 억류된 채 조사받고 있는 현대아산 직원 유씨 문제와 개성공단 관련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북측의 접촉 제의에 응했던 정부로서는 사실상 회담을 한다는 심정으로 관련 준비를 진행해왔다. 이날 8시40분쯤 북한땅에 발을 딛은 우리 대표단은 접견권 등을 요구하며 12시간 가량 줄달리기를 한 뒤 오후 8시35분에 접촉을 시작했다.

하지만 접촉은 시작 22분인 만인 8시57분에 종료됐다. 북측은 유씨를 포함한 개성공단 사업 운영과 관련한 사항을 거의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도 북측에 유씨의 신변 안전 보장과 개성공단의 안정적 운영을 바란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강주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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