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생활] 흔히 한식과 와인은 궁합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외형상 안 어울릴 뿐 더러 한국 요리 특유의 매운맛이 와인의 향과 풍미를 느끼기 어렵게 만든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요즘엔 어색한 두 가지를 함께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있다. 최근 삽겹살이나 한정식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에서도 어렵지 않게 와인 리스트를 찾을 수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와인 상식사전(미르북스)의 저자 이재술(51)씨에게 한식과 잘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받았다. 이씨는 “와인이 한식과 궁합이 잘 맞는 이유는 한식이 대부분 발효식품에 기초를 두고 있는 것처럼 와인도 발효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대표음식 불고기는 어떤 와인과 어울릴까. 불고기는 채소가 많이 들어가 있고 다른 육류에 비해 달고 고기향이 약하다. 때문에 강한 와인보다는 떫은 맛이 거의 없는 레드 와인이나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을 곁들이면 좋다. 만화 ‘식객’에서도 불고기와 잘 어울린다고 언급된 적 있는 이탈리아의 마시 캄포피요린이 적당하다. 갈비찜은 타닌이 강한 보르도 까베르네 쇼비뇽이나 미국의 진판델이 좋다.
명절마다 먹는 부침개는 오크통에 숙성해 떫은 맛이 약간 있는 화이트 와인이나 떫은 맛이 적은 레드 와인이 어울린다. 로제 와인도 괜찮다. 부침개는 채소와 해산물이 많이 들어가 있지만 기름기가 많다. 때문에 무겁고 진한 맛의 레드 와인은 부침개의 고유한 맛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
짠 음식에 어울릴 만한 와인은 독일 리슬링 와인인 게부르츠트 라미너가 적당하다. 게부르츠트 라미너는 산도가 높고 알콜 도수가 낮은 화이트 와인이다. 레드 와인의 타닌 성분이 소금과 만나면 쓴맛이 강해지기 때문에 피해야 하고 화이트 와인 중에도 오크통 숙성이 오래된 것은 향이 복잡하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산뜻하면서 과일향이 강한 와인은 짠맛을 누그러뜨린다. 각종 젓갈류는 물론 간장게장에도 잘 어울린다.
생선회에는 산도가 높은 쇼비뇽 블랑이 어울린다. 산뜻하고 부드러운 샤르도네의 경우 기름기가 많은 장어나 연어와 같은 생선 요리와 어울린다.
또 아구찜과 같이 매콤한 음식에는 아르헨티나의 말벡과 같은 강한 와인이 제격이다. 말벡은 맛과 향이 진해 고춧가루가 팍팍 뿌려진 매운 음식에도 절대 밀리지 않는다.
삼겹살에는 새콤한 이탈리아 끼얀띠 와인이 좋다. 약한 타닌 성분이 고기의 느끼한 맛을 지워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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