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여성 3인조 그룹 씨야가 남규리 문제로 시끄럽다.
의외로 사건은 단순하다. 남규리는 소속사와 계약을 이행했으니 나가겠다는 입장이고, 소속사는 계약을 채우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씨야는 GM기획을 거쳐 코어콘텐츠미디어의 적을 두고 있다. GM기획은 코어콘텐츠미디어의 전신 격으로 가요계 미다스의 손으로 손꼽히는 김광수 이사가 진두지휘한 회사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남규리 사건의 발단과 전개과정을 보면 국내 연예계의 모순이 그대로 드러난다. 소속사는 신인을 발굴해 각고의 노력을 거쳐 스타로 성장시켰고 장기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연예인은 신인 시절 소속사의 장기계약이 종료될 즈음 자유롭게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이는 비단 씨야와 남규리, 코어콘텐츠미디어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요계와 영화계, 방송계 할 것 없이 국내 연예계에서 매우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사안이다. 특히 아이돌 그룹은 정상적으로 해체된 사례가 흔치 않을 정도로 소속사와의 갈등으로 얼굴을 붉히기 일쑤였다.
연예인과 소속사 간의 분쟁은 사건이 쉽게 해결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갈등이 오히려 확대재생산 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남규리와 코어콘텐츠미디어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각자 소유하고 있는 계약서를 들고 법정에서 따지면 된다. 그리 오래 시간이 걸릴 사안도 아니다. 남규리와 GM기획의 최초 계약 시점, 코어콘텐츠미디어로 옮기며 맺은 계약 등을 비교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갈수록 복잡하게 얽혀가고 있다. 코어콘텐츠미디어는 ‘상습범’, ‘배후조작’이란 단어를 써가며 남규리가 씨야를 무단 이탈했다고 주장했고, 씨야의 나머지 두 멤버는 기자회견을 열어 남규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남규리는 자신의 미니홈피를 동원해 애매모호한 글을 올리며 방어하고 있는 상태다.
남규리 입장에서는 어제의 동지가 적이 된 셈이고, 코어콘텐츠미디어는 신인 시절부터 아낀 연예인에게 엄청난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연예인과 소속사 간의 해묵은 계약 관행이 또 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씨야는 남규리 대신 새 멤버를 영입하는 초강수를 뒀다. 대중이 흔히 연예계의 분쟁을 복마전으로 보는 이유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남규리가 이길 수 없는 싸움=남규리 사건에 대해 방송가 한 관계자는 “연예인이 소속사를 어떻게 당해내겠나”라고 간단히 말했다.
그만큼 연예인과 소속사 간의 분쟁은 연예인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지형에 놓여 있다. 소속사의 일방적인 입장을 담은 보도자료가 하루 아침에도 수천건씩 쏟아지는 상황에서 일개 연예인이 할 수 있는 선택은 활동 중단 내지는 잠적, 혹은 다른 회사의 도움을 빌리는 것뿐이다. 후자의 경우 이중 계약으로 수억원대의 위약금이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 남규리와 코어콘텐츠미디어의 다툼은 남규리가 피해를 입을 리스크가 훨씬 크다. 일단 남규리는 신인 시절 자신을 키워준 소속사와 분쟁을 벌여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만약 남규리가 새로운 소속사를 찾는다고 해도 쉽지 않은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국내 거대 연예기획사 중 한 곳인 코어콘텐츠미디어와 사사건건 부딪힐 일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자칫 사건이 장기화될 경우 남규리는 더욱 큰 데미지를 받는다. 남규리는 다소 부족한 가창력이긴 했지만, 빼어난 외모로 인해 가수로 인지도가 높았고 연기 병행도 가능하다. 하루만 지나도 새로운 스타가 나타나는 연예계에서 소속사와의 분쟁으로 인한 활동 중단은 문제아 낙인을 찍어버리기 쉽다.
반면 씨야는 아직 건재하다. 신인 시절부터 함께 고생해 온 두 멤버가 하루 아침에 남규리를 강하게 질타했는데도 불구하고 여론은 잠잠하다. 오히려 남규리 대신 영입된 새로운 멤버에 대한 관심이 올라가고 있다. 코어콘텐츠미디어는 남규리 한 명이 이탈한다고 해서 큰 영향을 받을 규모의 회사가 아니다.
극적인 화해로 해결된 사안이 아니라면 남규리가 직접 나설 수 밖에 없다. 대중을 향한 기자회견이든, 법적 공방이든 가능한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적어도 지금처럼 미니홈피에 숨어 애매모호한 글을 올리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
▶뭔데 그래◀ 또 연예인 마약… 영구퇴출 해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