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마지막 시를 올렸다.
유 전 장관은 1일 자신의 팬클럽 ‘시민광장’에 ‘님을 보내며’란 시를 띄웠다. 그는 “자원봉사 하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다”며 “일상으로 돌아가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이 악물고 현실로 돌아와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전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님을 떠나보내는 마지막 글을 올린다. 더는 쓰지 않을 생각”이라며 “노 대통령님께 더 드릴 말씀이 없고, 그 분의 떠나가심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더 많은 시간을 두고 생각해 봐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그는 노 전 대통령을 위한 추모시 ‘서울역 분향소에서’, ‘넥타이를 고르며’를 올린 바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
다음은 유 전 장관의 ‘님을 보내며’ 전문
님을 보내며
부엉이바위에서 뛰어내린 님
활짝 웃으며 내 안으로 들어왔어요.
그 자리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 돋았답니다.
나는 거기에 속삭여요.
님은 씩씩하게 살았고
그리고 멋지게 떠나셨지요.
나는 님 덕분에 아주 행복하고
님에게 무척 미안하지만
더는 님 때문에 울지 않을 거예요.
님을 왜 사랑했는지 이젠 말할 필요가 없어서
님을 오래 사랑했던 나는 행복해요.
님을 아프게 했던 정치인이 상주 자리를 지키고
님을 재앙이라 저주했던 언론인이 님의 부활을 축원하니
님을 깊이 사랑했던 나는 행복하지요.
님이 떠나고 나서야 님을 발견한 이들이 슬피 울어주니
님의 죽음까지도 사랑하는 나는 행복하답니다.
노트북 자판을 가만가만 눌러 작별의 글을 적었던
그 마지막 시간의 아픔을 함께 나누지 못해서 미안해요.
살 저미는 고통을 준 자들에게
똑같은 방법으로 복수할 수 없어 분하구요.
나란히 한 시대를 걷는 행운을 누리고도
고맙다는 말 못한 게 마음에 걸리지요.
시간을 붙잡을 수 없으니
이젠 님을 보내드려야 하네요.
노무현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편안히 가십시오
내 마음 깊은 곳으로.
아주 작은 비석 하나 돋아난 그곳에는
봄마다 진달래 붉게 터지고
새가 울고
아이들이 웃고
청년들이 노래하고
수줍은 님의 미소도 피어나겠지요.
그 흐드러진 꽃무덤에서
다시 만날 때까지
행여 잠결에서도 절대
잊지 않으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