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멍든다…노 전 대통령 서거로 보혁 대립

대한민국이 멍든다…노 전 대통령 서거로 보혁 대립

기사승인 2009-06-09 21:52:01
"
[쿠키 사회]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확인된 '화합과 통합'이란 민심은 실종된 채 결국 보혁 갈등으로 대한민국이 멍들고 있다. 야당과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 일부 대학교수들의 정부 비판을 보수세력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맞대응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대화를 나눌 공론의 장 마련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보수·진보세력 간 최대 쟁점은 민주주의 후퇴다. 민주주의 후퇴는 최근 대학교수들이 잇따라 낸 시국선언의 핵심 내용이다. 이에 맞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는 교수들'은 9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주장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일부 언론과 지식인들이 정부를 비판해도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처럼 탄압받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 등 보수성향 교수 128명이 모임에 속해 있다.

서울광장 이용을 둘러싼 논란도 보혁 갈등을 키우는 요인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는 교수들'은 "서울광장은 누구에게나 무조건 개방돼야 하는 장소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과 시민단체는 10일 서울광장 범국민대회 강행 입장을 거듭 밝혔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 등 의원 37명을 포함한 100여명은 이날 오후 경찰의 차벽 설치에 대비해 서울광장에 천막 두 동을 설치하고 철야에 들어갔다.

검찰과 경찰은 서울광장 원천 봉쇄를 심각하게 검토 중이다. 경찰은 종합경비대책회의를 열고 "서울광장 집회는 불법집회"로 규정했다. 대규모 인파를 동원해 폭력으로 법질서를 파괴하는 시도는 끝까지 추적해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전체 교수의 뜻은 아니라는 의견도 개진됐다. 이장무 서울대 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시국선언문에 서명한 교수도 있지만 의견을 달리하는 교수도 상당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희대와 이화여대, 동국대, 방송통신대 등 전국적으로 20여개 대학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졌다. 문인들도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10일엔 변호사와 법학교수 700여명이 서울 서초동 서울변호사회관에서 '인권과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시국선언'을 한다.

세력 간 갈등은 의견 대립을 넘어 이념 논쟁으로까지 번질 조짐이다. 이에 따라 노 전 대통령 서거가 남긴 화합과 통합의 메시지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나라가 두 쪽으로 갈리는 게 아니냐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전문가들은 정치권부터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야 갈등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여기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하다. 교수와 지식인들 사이의 갈등은 대화를 통해 공통점부터 찾아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의 보혁 갈등은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꼭 부정적으로만 보기 힘들다"면서 "각종 세미나와 포럼 등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드는 게 중요하다" 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뭔데 그래◀ 아시아의 월드컵 본선진출권 4.5장, 적당한가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권기석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