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름한 옷차림에 운동화를 신고서 부인과 함께 온 이 남자는 “사업하는 사람인데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며 들고 온 음료수와 과일을 권하고는 곧바로 풀을 뽑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희망근로자들에게 “힘들지 않느냐” “언제 실직 했느냐” 는 등의 질문을 건넸다. 낌새가 이상해 주변에서 “누구시냐”고 여러 차례 물었지만 이들은 끝내 신원을 밝히지 않은 채 1시간쯤 일을 하다 떠났다.
잠시 후 이들은 인근 대산면 독거노인의 집에 다시 나타났다. 이날 오전 한 남성이 군청에 3∼4차례 전화를 해 ‘서울 사는 공무원인데 독거노인 집 도배 봉사를 하고 싶다”고 간청해 이곳을 추천받았다. 그는 다른 근로자로부터 “풀칠도 제대로 못하느냐”며 핀잔을 받곤 했지만 웃음으로 받아넘기며 얘기를 주고받은 뒤 1시간여 만에 자리를 떴다.
이 남성은 현장을 안내한 군 직원에게 “무장면에 비 피해가 심하다는데 안내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신분을 밝히지 않으면 안 된다”는 답변이 계속되자 그는 자신을 행정안전부 장관이라고 소개했다. 휴가를 맞아 2일부터 민생현장을 암행하던 이달곤 장관의 신분이 드러난 순간이었다.고창=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용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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