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검찰 내에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곳은 일단 회의와 인사 두 가지다. 김 총장은 취임하자마자 기존 수사관행 개선을 위한 활발한 토론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7일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의 부장검사급 간부들이 수사방식의 문제점에 대해 밤 늦게까지 마라톤 토론을 벌였고, 휴일인 29일에도 8시간 이상 난상 토론을 계속했다.
이 자리에선 보고와 지시 등 수직적인 회의 대신에 각자 생각을 기탄없이 쏟아내는 브레인스토밍 형식의 활발한 토론이 이어졌다. 검찰 관계자는 31일 “한 주제를 정해놓고 그 틀 안에서 회의한 것이 아니라 저마다 평소 생각하던 점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사법연수원 21기 출신 검사들이 주로 참석한 토론에는 김 총장도 참석했다. 김 총장은 커다란 주제를 정해놓은 뒤 주로 후배의 의견이나 아이디어를 경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1일에는 불필요한 검찰 행정업무를 줄이는 방안이 논의되고, 조만간 검사와 일반 직원간 장벽 해소를 위한 토론 역시 열릴 예정이다. 검사와 일반 직원 사이에 보이지 않은 벽을 허물자는 김 총장의 개혁 취지에 따른 것이다. 검찰의 다른 관계자는 “토론에서 논의됐던 내용을 일선 검사에게 보내 의견을 수렴한 뒤 하반기 중 검사장 토론을 거쳐 여러 개혁 방안이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인사에서 특수통, 공안통 등 이른바 ‘통(通)’을 없애겠다는 김 총장의 방침은 최근 중간간부 인사에 이어 31일자로 단행된 서울중앙지검 평검사 인사에서도 드러났다. 법정에서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공판부에 극히 이례적으로 특수부, 금융조세조사부 등 인지부서 출신 검사가 대거 투입됐다. 특히 경력 10년차 이상 검사 10명이 배치되는 등 기수도 한층 높아졌다. 직접 수사를 하지 않는 공판부는 인지부서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어 경력이 짧은 검사 위주로 구성되는 게 관례였다.
하지만 이같은 총장의 개혁 드라이브가 체계적으로 조직에 정착될 수 있는지는 두고 봐야 한다. 대검 업무를 지원하는 연구관 상당수가 일선 지검으로 배치된 것이 대검 인력 부족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수십년간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지연·학연 문제가 쉽게 바뀔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대검 자료에서 지연, 학연 데이터베이스를 삭제한다고 이를 모두 무시하는 관행이 자리잡지는 않을 것”이라며 “아래로부터의 근본적 변화로 이어질지 좀 더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혁상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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