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총리는 지난 11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외국학자 및 외신기자 초청 모임에서 “차기 대선 주자는 나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결정할 것”이라며 “우리는 대권을 놓고 다투지 않을 것이며 서로 합의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007년 후보 경쟁이 없었듯 2012년도 그럴 것”이라며 두 사람간 대권 경쟁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만면에 웃음을 띤 채 확신에 찬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13일 보도했다. 푸틴은 지난해 5월 연임했던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면서 메드베데프 현 대통령을 후임자로 앉혔다.
푸틴 총리는 “우리 둘은 같은 정치 견해를 가진, 같은 피를 가진 사람이다. 2012년이 오면 러시아 정치현실을 고려해 함께 일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푸틴 총리의 이같은 언급은 최근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정치적 멘토 푸틴과 거리두기를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메드베데프는 지난주 초 한 진보적인 웹사이트에 비효율적인 경제, 취약한 민주주의, 만연한 부패 등 과거 통치 유산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정권교체에 대해서도 “러시아 정치 시스템은 보다 개방적이고 유연해져야 한다. 민주화된 국가에서처럼 권력교체도 의회정치를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 관계를 떠나 푸틴의 발언은 국민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는 그가 공식적으로 대권 복귀 의지를 밝혔다는 점에서 정가에 던지는 파장이 크다. 지난해 대통령 임기가 4년에서 6년으로 바뀜에 따라 푸틴이 차기 대권을 거머지게 되면 연임을 통해 2024년까지 권좌에 앉을 수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손영옥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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